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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보미, 내년 후원사만 17개…'걸어다니는 광고판'

[취재파일] 이보미, 내년 후원사만 17개…'걸어다니는 광고판'
"더 이상 후원사 로고 붙일 자리 없어…선글래스, 팔찌, 시계까지 협찬"
"부상으로 받은 가전제품들 매니저 결혼 혼수로 선물"
"올해 성적 100점 만점에 100점…저보다 더 행복한 사람 있을까요?"
"선수로서 마지막 꿈은 4년 뒤 도쿄올림픽 메달" 


일본 여자프로골프, JLPGA 투어에서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상금왕과 올해의선수,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3관왕에 오른 '보미짱' 이보미의 일본 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녀가 우승을 하면 팬들 뿐 아니라 일부 기자들까지도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이따금 부진을 보이기라도하면 또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 정도입니다. 이보미가 우승하는 대회와 우승 못하는 대회의 갤러리(관람객) 수가 달라지고 TV 시청률까지 차이 나다 보니 기업들은 앞 다투어 '보미짱 모시기' 경쟁에 열을 올립니다.

이보미는 올해 14개 후원사의 협찬을 받았습니다. 보통 후원사로의 로고는 대회장에서 그녀의 옷을 통해 노출되는데 모자에만 6개(정면, 좌측면, 우측면, 뒷면, 챙 좌측, 챙 우측), 상의에 5개(양쪽 가슴, 양쪽 팔, 목 아래)의 로고가 부착돼 총 11개의 로고가 TV 중계 방송에 보입니다. 여기에 선글래스와 공,손목 시계까지 모두 14개사의 협찬을 받은 그녀는 내년엔 옷깃의 좌우 2군데에 새 후원사 로고를 추가로 붙이고 협찬 팔찌도 찰 예정이어서 총 17개사의 후원을 받게 됩니다. 더 이상 로고를 붙일 자리가 없다고 하니 이보미는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광고판'입니다.

이보미는 '팀(TEAM)'으로 움직입니다. 어머니 이화자씨가 총괄 팀장이고 행정 매니저 2명, 필드 매니저 2명,코치와 캐디, 트레이너, 클럽 담당 직원까지 본인을 포함해 팀원만 10명. 그야말로 '보미 사단'입니다. 수원 광교에 위치한 '이보미 스크린골프장'은 형부와 이모 등 가족이 운영하고, 같은 건물 바로 옆 미용실은 언니와 두 여동생이 운영합니다. 이보미는 이렇게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家長)이기도 합니다. '이보미 스크린골프장'은 마치 '이보미 박물관' 같습니다. 건물 외벽부터 그녀의 사진으로 빙 둘러져 가득 채워져 있고 실내에도 그녀가 받은 상과 트로피, 우승했던 클럽 세트, 표지 모델을 장식한 잡지, 신문 기사, 팬들이 보내준 선물, 편지 등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보미
바로 그 곳에서 이보미와 인터뷰 약속을 했습니다. 다른 매체들의 인터뷰가 바로 뒤에 줄줄이 잡혀 있어 1시간 예정이었던 인터뷰를 30분 만에 마쳐야 했습니다. 

방송(관련기사 ▶2년 동안 '상금 40억'…이보미 "100점 주고파")에서 다 소개하지 못한 그녀와의 인터뷰 일문 일답을 소개합니다.

Q. 올해 5승을 하고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JLPGA투어 3관왕(상금,올해의선수,최저타수)에 올랐는데 자신의 성적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 싶은가?

"100점 만점에 100점 주고 싶어요. 올해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 정도 했으면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해요."

Q.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나?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었죠. 작년에 7승하고 역대 최고상금 신기록 세우고 나니까 팬들의 기대치가 아주 높아졌어요. 제가 올해 11주 연속 톱 5 신기록 세우고 몸에 무리가 와서 메이저대회인 일본여자오픈에서 1라운드 마치고 기권을 했어요. 그런데 일부 여성 팬들이 저와 눈을 마주치면 그렇게 우시는 거예요.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반응들 하시니까 마음에 부담이 쌓여서 골프를 즐기지 못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얼굴이 시커멓게 된 적도 있어요."  

Q. 그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이겨냈나?

"결국 그 답도 팬들이 주셨어요. 하루는 제가 공이 잘 안맞아서 속상했는데 얼굴 표정에서 다 보였나 봐요. 팬 몇 분이 저에게 오시더니 진심 어린 눈 빛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보미상이 필드에 나오는 것 만으로도 우리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성적 욕심 버리고 그냥 즐겨라. 몸 상하면 다 소용 없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제가 잊고 있던 것을 팬들이 일깨워 주신 거죠. 그 후로 욕심을 좀 내려놓으니까 마음이 편안해 지더라고요."


이보미
Q.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생일에 우승한 거요. 제 생일이 8월 21일인데 그 전 날 팬분들이 15명 정도 모여서 파티를 열어주셨거든요. 거기서 아주 많은 에너지를 얻었고 다음 날 즐겁게 플레이하면서 우승까지 했기 때문에 캣 레이디스컵, 그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샷은 지난해보다 날카로운 맛이 좀 떨어지던데?

"맞아요. 솔직히 올해 제 샷만 보면 50점에서 60점 밖에 안되는데 숏게임으로 먹고 살았어요.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 그린 주변에서 어떻게든 파로 막았어요. 파세이브율 1위(91%),리커버리율 1위(72.8%).이게 다 숏게임 연습 열심히 한 덕이죠. 올 겨울에는 드라이버 샷이나 아이언 샷의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보완하려고 해요. 드로(draw)나 페이드(fade) 구질을 원하는대로 칠 수 있게, 또 탄도 조절도 마음 먹은대로 할 수 있게 연습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Q. 시즌이 끝났는데 몸은 더 바빠보인다.

"이번 주는 국내에서 좀 쉬고 다음 주 부터 일본에서 촬영이 많아 바빠질 거예요. TV 뉴스, 교양, 예능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많이 왔어요. 항상 시즌이 끝나면 더 바빠요(웃음). 그 만큼 사랑받는다는 거니까 기분 좋죠."
 
Q. 일본어 실력 많이 늘었나?

"솔직히 많이 늘진 않았어요. 쉬운 말들만 하죠(웃음)."

이 때 옆에 있던 그녀의 어머니가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보미의 인기가 올라가다 보니 TV에 출연해서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주 조심스럽고 혹시 실수할까봐 신경이 쓰여요. 그래서 질문지를 미리 받아보고 미리 답을 외워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보미가 한 번 보면 잘 외워요(웃음)."

늘 딸의 곁을 지키는 이보미의 어머니도 일본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팬과 기자들이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고 어머니가 어떤 음식을 도시락에 담아 왔는지까지 기사로 나온다고 합니다.

Q. '이보미는 일본에 특화된 선수'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은 연습 환경이 너무 좋아요. 대회장을 월요일부터 선수들에게만 개방하고 연습라운드는 원하는 시간에 혼자 나가서 9홀만 치고 들어와도 되고, 프로암도 캐디와 함께 나갈 수 있어요. 모든 시스템이 선수 위주로 짜여 있죠. 또 선수들의 연령대도 3~40대가 많아서 눈치 안보고 오래오래 편안하게 투어 생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미국 LPGA투어에도 여전히 미련은 남아 있어요. 내년에도 2개 대회 정도 나갈 예정인데 LPGA 우승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Q. 일본 무대 통산 20승 달성으로 KLPGA투어 영구시드를 받았는데?

"선수로서 가장 꿈꿔왔던 일을 해내서 아주 기뻐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특히 일본에서 뛰고 있는 선배 언니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영구시드를 받았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선수 생활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더 오랫동안 몸 관리를 잘해서 나중에 한국 투어에도 나와야죠."

Q. 내년 목표는?

"내년엔 상금왕이나 올해의 선수 같은 타이틀 보다는 '60대 타수'에 도전하고 싶어요. 시즌 평균 60대 타수를 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올해는 간발의 차로 못했는데 내년엔 꼭 이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Q. 지금 표정 참 행복해 보인다.

"너무 너무 행복하죠. 정말 저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여러가지 타이틀 수상 때문에 행복한 게 아니라 제가 최선을 다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 또 많은 분들이 저를 위해서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그런 마음들이 너무 저한테는 감동이고 벅차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Q. 올림픽 출전의 꿈은 아쉽게 이루지 못했는데?

"올해는 세계랭킹이 안돼서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4년 뒤 도쿄올림픽에는 꼭 나가고 싶어요. 제가 뛰고 있는 일본에서 하는 올림픽이니까 더 욕심이 나요. 앞으로 4년 동안 아프지 않고 몸관리 잘해서 올림픽 무대에 서고 메달까지 따고 싶은데 선수로서는 마지막 꿈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일본에서는 대회 우승을 하면 상금 외에 부상도 푸짐하게 줍니다. 고베에 있는 이보미의 25평 아파트에는 우승 때마다 받은 가전제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고 합니다. 이보미의 어머니는 "내년 1월 결혼하는 여성 매니저의 혼수로  '창고 대방출' 하기로 했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참, 매니저도 잘~나가는 선수 옆에서 하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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