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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살인죄로 23년 억울한 옥살이…DNA 검사만 했더라도

[월드리포트] 살인죄로 23년 억울한 옥살이…DNA 검사만 했더라도
1992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빈 창고에 수북하게 쌓여있던 쓰레기 더미 속에서 어린 소년의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소년의 신원은 6살 린지 머독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시카고 경찰은 32살 흑인 청년 마크 맥슨을 체포했습니다. 재판에서 맥슨은 무죄를 주장했지만 살인 혐의가 인정돼 종신형에 처해졌습니다.
 
맥슨의 유죄가 인정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자백이었습니다. 물론 맥슨은 법정에서 가혹행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자백을 했던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배심원단은 맥슨의 말 보다는 검찰의 말을 더 신뢰했습니다. 진술서가 사실과 달라 서명을 거부했지만 계속된 가혹행위에 버티지 못하고 서명했다는 맥슨의 말을 누구도 듣지 않았던 겁니다.
 
“맥슨의 무죄 항변은 갈수록 힘을 잃었어요. 몇 년 지나니까 아예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잊혀지게 됐죠.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죠.” 맥슨의 변호사, 레리 드레이푸스의 말입니다. “자백이 있었다는 이유로 DNA 검사조차 받지 못했어요. 여러 차례 요구했는데도 말이죠. 6살 소년 머독의 시신에 묻어있던 혈흔이나 머리카락을 수거해 맥슨의 것과 일치하는 지만 확인했어도 이런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에요.” 당시 재판관은 이런 요청은 묵살했고 맥슨의 자백만 인정했다는 겁니다.
당시 맥슨의 진술서
그러던 중, 맥슨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2012년도에 과거 사건 수사에 강요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기구가 설립되면서 맥슨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됐고 지난해 지방 검찰도 맥슨 사건의 DNA 검사를 하기로 합의했던 겁니다. 그리고 일리노이주 경찰은 6살 소년 머독의 옷에서 발견된 DNA를 분석했고, 그것이 맥슨의 것이 아닌 제 3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수사 결과, 소년 시신에서 발견된 DNA는 42살 오스본 웨이드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웨이드는 삼촌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수감돼 있었는데 경찰 조사에서 DNA 검사 결과를 들이대자 6살 소년을 살해한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진짜 범인 오스본 웨이드
“사실 이번 사건은 단지 한 무고한 남성 한 명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미국 사법체계 전체의 문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TV를 켜고 보세요. 거의 매주에 한 명 꼴로 무고한 사람이 옥살이를 하다가 혐의가 풀려서 석방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요. 우리 사법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 거죠.”  맥슨 변호사의 이 말은 다소 과장돼 있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맥슨은 일리노이주에서 과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기구가 1992년에 발족한 이래 일리노이주에서 혐의를 벗고 풀려난 15번째 억울한 피해자입니다.
 
맥슨의 변호사는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무고한 맥슨이 23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대가로 5천4백만 달러, 우리 돈 6백억 원을 보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입니다. 그리고 CNN은 사건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찰과 경찰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맥슨에게 가혹행위를 가해 허위 자백을 강요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할 것인지를 검찰 측에 물었는데, 검찰의 짧은 답변은 “그럴 일은 없다.” 였습니다.

(사진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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