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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전성기가 지난 뒤 비로소 얻게 되는 것들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정경화, 그리고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 20세기 후반 각자의 분야에서 당대를 풍미한 최고의 예술가들이죠. 이 세 사람 모두를 취재했던 곽상은 기자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취재파일에서 전했습니다.

바로 세월도 꺾을 수 없는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전성기를 지나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됐다는 겁니다.

[플라시도 도밍고/성악가 : 무대에서의 힘은 열정에서 나옵니다. 노래를 부를 때 여전히 열정을 느낍니다. 음악은 제 인생입니다. 음악가로서 살아온 삶에 조금의 후회도 없습니다.]

20세기 후반 3대 테너로 불리던 거장 플라시도 도밍고는 지금은 바리톤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젊을 때 내던 음역대를 내는 게 힘들어지면서 68세의 나이에 바리톤으로 전향해 오페라에서 새로운 배역들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세간의 평가를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했다면 감히 하지 못했을 일이죠. 과거의 자신의 명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정경화/바이올린 연주자 : 지금 바흐를 연주하는 게 얼마나 자유로운지 몰라요. 그리고 열정은 없어지지가 않았어요.]

열정에 관해서라면 새 앨범을 낸 정경화 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손가락 부상으로 오랜 시간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힘과 지구력은 컨디션 조절을 통해 만회할 수 있지만, 지난 시간에서 얻은 경험과 자유로움은 과거에는 결코 가질 수 없던 것이었다며, 현재 자신의 연주에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알레산드라 페리/발레리나 : 두려움은 사라졌습니다. 저는 저를 위해 춤추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열심히 하는 것뿐입니다.]

발레리나인 알레산드라 페리는 동시대 경쟁자들은 물론, 과거의 자신과 경쟁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은퇴를 결심했지만, 비교하고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으면서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전성기 때 같은 근력이나 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평도 있지만, 오늘날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는 20년 전에 비해서 더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술가들로부터 감동받고 열광하는 건 그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아름다움 이면에 땀과 눈물이 있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비로소 자유로워진 그들의 음악과 몸짓에 지친 우리를 위한 위로가 담겨있음을 느끼기 때문일 겁니다.

▶ [취재파일] 전성기가 지난 뒤 비로소 얻게 되는 것들

(김선재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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