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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트럼프 당선, 한반도는 어떻게 되냐고?…문제는 한국이야

[취재파일] 트럼프 당선, 한반도는 어떻게 되냐고?…문제는 한국이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리라는 세간의 관측을 완전히 뒤엎은 이변의 선거였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트럼프의 당선이 한반도, 그 중에서도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이다.

한미관계야 방위비 분담금이나 한미 FTA 재협상 등의 문제를 놓고 논란을 겪더라도 동맹이라는 기본틀이 유지되겠지만, 핵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안보지형이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지만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 기조 하에 제재와 압박을 강화한 것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북미대화를 추진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집권 초기 파격적으로 시도한 북미 대화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대립으로 흘러갈 경우에는 일방주의적인 대북 군사 행동까지도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예측이 어렵고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 탈냉전기 한미관계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관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향방을 조심스레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인가?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탈냉전기 한미관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의 일방적 주도에 한국이 끌려다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 한미관계는 흔히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감기 든다’는 말로 표현됐다. 미국이 강대국인 만큼 미국이 결정하면 한국은 대체로 그대로 따라갔다는 뜻이다. 하지만, 탈냉전 시기, 우리 정치사로 따지면 김영삼 정부 시기부터의 한미관계는 미국의 일방적 주도라는 공식이 작동하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 시기 미국의 빌 클린턴(힐러리 클린턴 후보자의 남편)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 내내 한국의 반대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며 김영삼 대통령이 중요 고비마다 반대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1994년 전쟁 위기 때에도 김영삼 대통령은 ‘한국군 60만 명 중에 절대 한 사람도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반대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에도 '네오콘'(신보수주의)에 기반한 부시 미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한국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이 방어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말까지 해가며 미국의 강경책에 반대했다. 그 이전인 김대중 대통령 때에도 9·11 테러 이후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이 ‘악의 축’으로까지 지칭됐던 위기 국면을 한국 정부가 톤 다운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탈냉전기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한국의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정통성 있는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측면, 탈냉전으로 우리 안보의 위험도가 냉전 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측면 등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대북정책을 주도할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우리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는 대북정책을 실행하려 할 경우 한국이 적어도 그것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정도의 힘은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2012년 북미간 ‘2.29 합의’를 북한이 파기한 이후에는 미국 내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되면서 한국이 대북정책을 주도해줬으면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적극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정책이었는데, 미국내 북한에 대한 피로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기도 했다.

●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안정된 리더십 확보가 급선무

이런 한미관계의 역사는 새로 당선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북정책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에서는 우리의 목소리가 나올 수 없다. 국민들로부터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는 대통령이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대내외적으로 어느 누가 신경을 써서 들어주겠는가.
한미 강력한 제재
북한의 김정은은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의 핵실험을 했고 장거리로켓을 포함해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령 괌까지 타격 가능한 무수단 미사일을 한 차례 성공시켰고, 잠수함에서 은밀히 발사할 수 있는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힘’을 길러 ‘힘’을 가지고 미국과 대적해 얻어낼 것을 얻어내겠다는 기세다. 미국의 대선 국면,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을 보면서 최근에는 잠시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트럼프 당선자측의 대북 관련 행보를 보면서 다음달 김정일 사망 5주기(12/17)와 내년도 김정은 생일(1/8), 김정일 생일(2/16), 김일성 생일(4/15) 등을 계기로 전략적인 도발에 나설지를 저울질할 것이다. 한반도의 상황이 앞으로 상당히 가변적이고 불확실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의 리더십이 실종된 한국의 상황은 어떤 식으로든 빨리 정리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정해지든 한국의 리더십이 확실하다면 우리 나름의 시각으로 어느 정도 조정과 대처가 가능하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리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2선 후퇴에 따른 총리로의 권력 이양이든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든 국민들의 총의를 모을 수 있는 권력이 하루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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