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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잔인하게 살해된 여대생…바로 그때 문 밖엔 경찰관들이 있었지만…

시신을 옮기는 경찰
미국 UCLA에 다니는 ‘사라 머’는 지난해 9월 21일, 대학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자신의 21번째 생일을 축하하려고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전날 방문한 남자친구를 배웅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첫 비행기에 남자 친구를 보내고 사라가 아파트로 되돌아온 시각은 새벽 5시 반이었습니다.
아파트 부감 샷
아파트 2층 현관 문에 열쇠를 꽂고 돌리려는 순간, 바로 아래 계단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 내려다 보니 한 남성이 황급히 뛰어나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교차된 상의와 짙은 청바지, 그리고 야구 모자를 쓴 남성이었습니다. 방안에 들어온 사라는 곧바로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얘기하고는 잠에 들었습니다. 단잠에 빠진 지 45분 뒤, 사라는 어디선가 들려온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다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곧바로 911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파트 계단
“지금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개도 막 짖어댔고요.” 911 교환원이 이것저것 묻는 와중에도 찢어질 듯 한 여성의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911 교환원은 사라와 통화하는 도중에 이미 경찰을 출동시켰고, 사라에게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지를 거듭 물었습니다. “예. 지금 사이렌 소리가 들려요. 아, 저기 경찰차가 오고 있네요.” 사라가 답하자 911 교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이제 됐어요. 경찰이 도착했으니 문제 없을 거에요. 경찰에게 아래 층부터 먼저 둘러보라고 할게요.” 사라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경찰이 문을 두드리기까지 떨면서 기다렸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모두 4명이었습니다. 베테랑 경관 서더쓰와 윌리엄스, 그리고 신참내기 경찰관 먼태규와 틸렛이었습니다. 윌리엄스와 파트너 경관이 사라를 만나 인터뷰 하는 동안 나머지 두 명은 아파트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창문마다 일일이 플래시를 비춰보면서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없는지 조사했고, 사라가 말했던 아래층 문도 뜯겼거나 강제로 연 흔적이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조사하는 경찰
사라가 비명을 들었다는 1층은 문이 잠겨있었고 노크해도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바깥 창문을 통해 플래시를 비추고 들여다본 경찰관들은 되돌아갔고 경찰서에 도착해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침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거실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음. 범죄 증거 없음.’
사건 현장
경찰이 아파트 단지를 수색하는 동안, 사라는 자기 방에서 떨리는 몸을 추스르고 있었습니다. 간신히 용기를 내 창문 밖을 내다봤는데 경찰은 이미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신경이 날카로웠어요. 경찰은 조사가 끝난 뒤 저한테 가타부타 말 한마디 남기지 않은 채 떠나버렸거든요.” 사라가 나중에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여하튼 사라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켜가며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입주자들에게 일일이 전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했습니다. 아래층 입주자들도 사라처럼 대부분 UCLA에 다니는 대학생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래층에 사는 앤디 (안드레아의 애칭)가 개를 기른다는 사실이 떠오른 사라는 아래층에 대고 앤디를 목청껏 불러봤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옆방에 사는 에리카를 찾아가 새벽에 일어난 일을 얘기해봤지만 막 잠에 깬 에리카는 “경찰도 아무 이상 없으니까 되돌아갔겠지.”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라는 스스로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나 라고 생각하면서 방으로 되돌아가려는 순간, 아래층에서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라는 곧장 발코니로 나가 아래를 쳐다봤습니다. 새벽에 봤던 그 남자가 아래층 앤디의 집 발코니에서 뛰쳐나가는 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앤디 집 창문에서 연기가 솟구쳐 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아파트 앞 전경
사라는 911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시각이 아침 7시, 두 번째 911 신고였습니다. 새벽에 911에 신고해 경찰이 왔었던 사실, 그리고 조금 전 자신이 본 남성 얘기와 연기가 나오는 얘기 등을 숨 넘어가게 말하는 순간 911 교환원이 물었습니다. “용의자의 복장이나 모습이 어땠나요?” 사라는 화가 났습니다. “이미 아까 신고할 때 다 얘기했다니까요!” 그러자 교환원은 “아까 상의 색깔이 뭐라고 했죠?”라고 물었고 사라는 신경이 한껏 곤두서 외쳤습니다. “빨리 구급차부터 보내라고요!”
CNN 뉴스 캡쳐 사진
CNN 뉴스 캡쳐 사진
소방대와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는 1층에서 솟구친 화염이 창문 밖 벽을 타고 2층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소방대가 불을 모두 끄고 집 안을 살피던 중 발화 지점으로 보이는 침대 위에서 앤디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녀의 얼굴과 손을 비롯해 온몸이 불길에 심하게 훼손돼 있었기에 부검과정에서 치아를 통해 그녀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검 결과, 그녀의 몸에서 무려 19군데에서 흉기에 찔리거나 베인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불길에 휩싸이기 전에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녀가 기르던 개도 앤디 시신 옆에서 축 늘어진 채 발견됐는데, 동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회생이 어려워 안락사를 시켜야 했습니다.
불에 탄 침대, 앤디의 시신이 있던 곳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앤디 살해 용의자로 알베르토 메디나와 에릭 마케즈를 체포했습니다. 프레스노 주립대 학생인 알베르토와 UCLA 학생인 마케즈는 고등학교 친구 사이였는데 알베르토가 마케즈 집에 방문했다가 강도 짓을 하기로 공모하고 알베르토가 앤디 집을 털다가 들키자 그녀를 살해했고, 이런 범행이 진행되는 동안 마케즈는 밖에 세워 둔 차에서 기다렸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알베르토(좌), 마케즈(우)
사건은 이렇게 해서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사라가 처음 신고했을 당시 경찰이 적극적으로 앤디의 방을 수색했었더라면 숨어있던 알베르토를 찾아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앤디의 피살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해당 경관들은 모두 해고됐습니다.
숨진 앤디와 그녀의 애견
(사진=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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