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지지율과 권력…日 '30%' 결단의 기준

[월드리포트] 지지율과 권력…日 '30%' 결단의 기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14%까지 추락했습니다. 이번주 갤럽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78%까지 올라갔습니다. 60대 이상 노년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더 높아졌습니다. 이른바 '암반같은 지지층'을 자랑하던 박근혜 정권으로서는, 얼마전까지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겠지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까지 흔들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엄청나다는 반증입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 지지율 역시 그 끝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도쿄 특파원으로서 한 가지 궁금해졌습니다. 일본이라면 이런 국정 마비 상황에서 어떤 선택들이 가능할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내각책임제 일본은 국정수행 지지율에 관해 훨씬 민감합니다. 특히 정치적 결단의 기준이 '수치로서의 지지율'로 관례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각제를 지지한다거나 하는 글이 결코 아닙니다. 혹시 오해 없으시기를….)

아래 표는 2000년 이후 일본 역대 내각의 지지율 추이입니다.
2000년 이후 日 역대내각 지지율 추이…매월 발표되는 NHK 여론조사 결과 기준
표에서도 나타나듯이, 일본 또한 집권 초반에는 60% 넘는 지지율이 일반적입니다. 시작부터 50% 이하였던, 인기없는 내각은 2008년 11월 출범한 단명 내각 '아소다로 총리', 2000년 4월 출범한 모리 내각 정도입니다.

1. 일본 정치권의 첫번째 '결단의 기준선'이 발견됩니다. 지지율 40%의 법칙입니다.

장기간 안정적인 집권기를 보낸 2개의 내각. 2001년 6월에서 2006년 10월까지 정권을 유지한 고이즈미 내각(표 앞에서 두번째),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4년째 집권중인 아베 내각(표 마지막)의 지지율을 보십시오. 마지노선, 지지율 40%가 보이십니까?

일시적으로 40%를 밑돌더라도, 그 즉시 반등하지 못하면 회복 불가라는 점을 두 정권은 보여줍니다. 집권 1년 전후에 찾아오는 위기를 극복하면 오래 가고, 거기서 끝내 밀리면 '실각'과 '국회해산'의 시기만 남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2010년 5월 집권한 간(管) 나오토 총리는 집권 초 위기를 맞으면서 40%에 걸쳤다가 가까스로 반등합니다. 하지만 2011년 3.11 대지진 이후, 지지율은 다시 폭포수처럼 빠졌고 결국 두번째 40% 밑으로 추락한 뒤로는 회복 불가였습니다. 1년 2개월 만에 실각했습니다.  

2. '결단의 기준선'이 또 하나 있습니다. 30%의 법칙입니다.

지지율이 30% 이하로 추락한 내각은, 그 30% 선이 이번엔 강력한 한계로 작용합니다. 자민당의 모리, 후쿠다, 아소다로 내각. 민주당의 하토야마, 간 나오토, 노다 내각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폭포수처럼 떨어져 모리 내각은 7%, 2010년 전후 민주당 정권은 10%대로 지지율이 내려간 뒤로는 아무리 반등하더라도 30% 벽에 부딪혀 수명을 다했습니다.

NHK를 비롯한 일본 주요 언론들이 매달 여론조사(일본은 世論조사라고 합니다)를 발표하고, 정치권이 여기에 무겁게 반응하는 것은 이런 '수치화된 결단 기준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여기에서 내각제 마지막 수단인 '국회 해산-재선거'의 기준이 나타납니다.

일단 30% 밑으로 지지율이 고착화하면, 국회를 해산하더라도 승산이 별로 없습니다. 지지율이 폭락하기 전에, 어느 정도 지지율 반등의 여지가 있을 때라야 '국회 해산-재선거'라는 선택지라도 있는 겁니다.

아래 아사히 신문 기사는, 2012년 지지율 20%에도 못 미치던 노다 내각에 대한 분석 기사입니다.
2012년 11월 5일 아사히신문 기사, "노다내각 지지율 18~19%, 해산 타이밍도 놓쳤다"
20% 밑에서 고착된 지지율로는 '국회 해산'도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해산의 타이밍'조차 놓쳤다는 겁니다. 재선거를 하더라도 '실각'은 필연이라는 얘기입니다.

당시는 '사회보장제도와 세제개혁'을 내걸고 정계개편이 한창이던 때입니다. 20%를 밑도는 노다 내각 지지율로는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여당 의원들이, 아베 당시 자민당 대표의 휘하로 속속 '귀순'합니다. 세상 어느 곳이나, 난파선 탈출 행렬은 '의리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몰염치함'으로 나타납니다.    

때문에 안정적인 장기 집권에 성공한 내각들은, 모두 지지율을 끌어 올려 '국회 해산-재선거'를 반복했습니다. 우정사업 민영화를 두고 고이즈미 총리도 그랬고(이른바 고이즈미 극장), 한국에서는 최악의 일본 정치인으로 꼽히는 아베 총리도 그렇습니다. 

"선거를 자주해서 승리함으로써 정권을 오래 유지한다." 아베 정치의 핵심입니다.
국회에서 이례적인 기립박수까지 받은 아베 총리…"선거에 자주 이겨, 집권 연장"
2006년 10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불과 8개월 만에 1차 집권을 끝내야 했던 아베 총리는, 2012년 2차 집권 이후 놀라울 정도로 '지지율 숫자 게임'에 능해졌습니다. 지지율이 40%대로 주저앉으면, 양적완화를 강화하는 경제 충격요법이 됐건 얼마전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보인 '아베 마리오' 같은 이벤트가 됐건, 악착같이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국회를 '해산'하는 식입니다. 지지율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50% 전후로 지지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야당이 준비 안 된 틈을 노려 선거를 치르는 겁니다.

이런 전략으로, 집권 자민당 총재 즉 총리직을 2021년까지 연장할 기반까지 닦았습니다. 당 안팎에 뚜렷한 대항마도 없는 상황이라, 현행 '2회 6년'까지인 총재 연임 제한규정을 '3회 9년'으로 바꾸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입니다.

결론적으로 내각제인 일본에서 내각 지지율이 30%에 미치지 못한다면, 더구나 반등의 조짐없이 바닥권이 이어진다면 '실각'과 '국회해산'은 필연입니다. 국정수행의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GDP 규모 세계3위의 일본을 끌고 갈 수 없다는 '묵계'가 있다고나 할까요. 실제 2006년 아베 1차 내각부터 2012년 말 민주당 노다 내각까지 대략 6년 동안을, 일본 유권자들은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라며 최악의 리더십 시기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난제는 산적해 있는데 민주주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상황, 대한민국의 리더십은 어떻게 재구축돼야 할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