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의혹 수사' 고영태 입에 달렸다?…'키맨' 주목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의 최측근인 고영태(40)씨가 전격적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 그의 진술 내용과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립니다.

고씨는 최근 10년간 최씨의 가장 가까이에서 손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그가 어떤 진술을 풀어놓느냐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최순실 관련 의혹 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어제(27일) 밤 9시 30분 출석한 고씨를 상대로 오늘 오전까지 밤샘조사를 이어갔습니다.

검찰은 최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경위,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K·비덱스포츠의 사업 현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습니다.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을 포함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도 핵심 조사 대상입니다.

검찰은 고씨를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줄 '키맨'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거 행적과 최씨와의 관계 등에 비춰 그 누구보다 내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씨는 2006년 한 유흥업소에서 최씨를 처음 만나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살의 나이 차이에도 고씨가 최씨에게 반말을 할 정도로 친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입니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두 사람이 함께 사업을 도모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최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과 고씨 이름에서 한글자씩 따 고원기획이라는 회사를 만든 것도 이 시점입니다.

고씨는 또 최씨가 직접 설립한 더블루K와 비덱코리아의 경영에도 일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은 인맥도 공유했습니다.

최씨의 또 다른 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씨도 고씨를 연결고리로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차씨는 최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습니다.

다만 최근들어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씨와 최씨와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 최씨의 그동안 행보를 고씨가 폭로하고 나서는 양상입니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도 사실상 고씨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고씨는 이달 중순 JTBC와의 인터뷰에서 "회장(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뜯어고치는 일"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이는 며칠 뒤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의 존재가 공개되며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태블릿PC 안에는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국방·외교 관련 자료들이 무더기로 저장돼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씨가 문제의 태블릿PC를 고씨에게 맡겨 관리하도록 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최씨가 청와대 인사들과 실제 긴밀하게 교류했는지, 이 과정에서 청와대 내부 문서들이 오갔는지 등을 둘러싼 고씨 진술 여하에 따라 검찰 수사가 국정농단 의혹을 정조준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의혹에 연루된 인사로 거론되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핵심인사들로의 수사 확대 여부가 사실상 고씨의 '입'에 달렸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검찰이 고씨를 일종의 '딥스로트'(내부고발자) 성격 내지 '피의자성 참고인'으로 보고 수사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자 연락을 끊고 해외로 떠난 고씨가 어제 갑자기 귀국해 출석한 것도 일정 부분 검찰과 교감 또는 조율이나 검찰의 추적에 따른 영향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다만, 검찰은 고씨가 당일 밤 갑자기 출석한 것이 본인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씨는 26∼27일 이틀 연속 이뤄진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