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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계부채? 늘거나, 줄거나…"은행은 번다"

[취재파일] 가계부채? 늘거나, 줄거나…"은행은 번다"
‘가중평균금리’의 정의 :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 금리를 사용빈도, 금액의 비중으로 가중치를 두어 평균한 금리.

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얼마나 되나 계산할 때 '많이 빌려간 대출 상품의 금리'에 더 비중을 둬서 실제로 '소비자들이 빌리는 금리'에 가까운 평균 금리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계산법은 복잡하겠지만, 가장 정확한 개념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고, 보통 한 달 뒤에 집계되니까, 10월 금리는 11월 말에 나옵니다. 그러니까 가장 최근 가중평균금리가 9월 금리입니다.

그 금리를 살펴보죠. 한국은행이 내놓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가 3%를 넘었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지난 7월 2.66%에서 지난 9월에 2.80%까지 두 달 연속 올랐습니다. 이미 10월에는 '3% 수준'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10월 주택담보 대출금리를 확인해봤더니 모두 최저금리가 2.9~3.0% 사이였습니다. KB국민은행이 연 3.0%, 신한은행이 연 2.98%, KEB하나은행 연 2.97% 수준입니다. 모든 우대금리를 다 받아야 최저금리가 되는 만큼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를 넘었다고 보는게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대출 금리는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한쪽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라며 '저금리 시대'라고 하는데, 은행은 도대체 왜 금리를 올리는 걸까요.

● '대출금리 = 은행 기준금리 + 가산금리'…금리 인상 주범은 가산금리

은행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조달 금리를 더해 정해집니다. 그리고 여기에 가산금리를 붙여서 소비자들이 대출받는 최종 대출 금리가 정해집니다. 그러니까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아니라 '자금조달비용지수'라고 불리는 코픽스가 활용되는 겁니다.

코픽스 금리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은행의 자본조달 비용을 반영한 기준금리, 매달 한 번씩 9개 시중은행으로부터 정기예금, 적금, CD, 환매조건부채권, 금융채 등 자본조달 상품 관련 비용을 취합해 산출한다"고 돼 있습니다. 은행연합회가 결과를 발표합니다. 9월에 1.35%로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 7월 1.4%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결국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얘기하려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평가해서 이 기준 금리에 더하는 '가산금리'를 봐야합니다. 다시 말해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두 달 연속 오른 것도 바로 이 가산금리 때문이라는 겁니다.
오르는 가산금리
● 가산금리는 왜 올렸나…은행들의 '금융공학'?

가산금리는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정합니다. 대출 총량, 대출의 수요 공급, 대출자의 신용도 등 리스크 등을 감안해서 정합니다.
가산 금리 올린 이유
실제로 최근 가산금리 상승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뜨거워지면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도 반영이 됐습니다. 오는 12월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위험까지도 반영됐습니다. 모두 은행마다 기준에 따라 '금융공학'에 따라 계산해 내놓는데 어떤 요인이 얼마나 어떻게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대외비'라며 잘 얘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영업비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산금리를 올리는데에는 이런 금융공학적인 측면 말고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대출 총량을 늘리지 못하니까 개개인에게 받는 대출 금리를 올려 잇속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대출을 많이 해줘서 돈을 벌었다면, 최근엔 정부가 대출의 절대량을 줄이도록 요구하니까 개별 금리를 올려서 계속 돈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통해서 (대출금리를) 더 높여서 수익의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연간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 가산금리를 무차별적으로 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0.1%만 올라도 가슴이 답답"

은행들은 금융공학을 말하지만, 서민들은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금리인상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1억5천만원의 담보대출이 있는 회사원 서모씨는 "0.1%만 올라도 식비를 줄여야 합니다. 조금 싸다고 해서 변동금리로 대출 받았는데 걱정입니다"라고 말합니다.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데 그는 다가오는 12월이 걱정입니다. "국가의 정책이나 세계적인 경제지표가 바뀐다고 해서 은행이 선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걸 보면 부당하다 싶지만 대출을 받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서민들만 울리는 처사"라며 화를 내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인터뷰
실제로 서민들의 경우 대출 금리가 오르면, 생활이 확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대출금리 상승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대출의 절반 가량이 생계형 대출이란 게 그 근거입니다. 생활자금, 사업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38%를 차지하고, 분양받은 주택의 중도금을 내기 위해 빌리는 경우가 12%를 조금 넘습니다. 꼭 필요한 대출을 받은 것이어서 금리가 오르면 바로 먹고사는데 지장을 주는 생계형 대출들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가구가 8만 8천 가구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가계 대출
● 한국은행, "더 이상 2% 넘는 이자 주는 정기예금은 없다"

금융소비자들로서 더 아쉬운 건, 정기예금이나 적금 금리 상승폭이 대출 금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국은행은 "이제 시중에서 2%대의 정기예금 금리 상품은 없다"는 내용의 발표를 내놨습니다. 예금을 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죠. 반면에 대출금리는 오는 12월 미국 금리인상 '예상'까지 합쳐서 올려받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은행에 대한 대표적인 수익지표인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의 차이, 즉 예대마진이 지난해보다 많이 커졌습니다.
대출 금리와 저축 금리 차이
물론 은행들은 "리스크를 감안해서 결정하는 것" "최근 경기 불황으로 가계대출 부실 우려도 높다"면서 은행들의 건정성 위기나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정기 예금 금리도 0.03% 수준이지만, 계속 올렸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3분기 높은 수익을 낸 은행들의 이런 설명이 곱게 들릴 리 없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은행들의 핑계'가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내 주머니에 있던 것은 '덥석' 집어가면서 이자 줄 때는 '찔끔' 주는 행태가 예쁠 수 없는 겁니다.

특히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 "은행 건전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은행들의 이런 금리 장사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가계부채 대책이 중요하지만, 금리 인상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부동산 대책은 서두르지 않고 애먼 서민들만 금융 정책으로 잡고 있다는 비난도 함께 나옵니다.

서민들이나 실수요자들이 더 극한 한계상황에 몰리기 전에 "은행들의 가산금리가 합리적으로 계산되고 적용되고 있는지" 대대적으로 은행들의 속을 들여다봐야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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