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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비선실세' 부인에서 거짓해명까지…상상 이상인 실상

[리포트+] '비선실세' 부인에서 거짓해명까지…상상 이상인 실상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과 분노에 빠졌습니다. 

"참담하다", 
"창피해 고개를 들 수 없다"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토로하는 국민이 적지 않습니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 가 21세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국민이 받은 충격과 허탈감은 더 컸습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비선실세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찌라시 수준",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 "근거 없는 폭로" 등이라며 의혹 자체를 부정해왔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최순실 씨의 도움을 받았다"며 비선 실세의 존재를 처음으로 시인하고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의혹 제기와 결국 거짓으로 확인되고 있는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해명 등 지금까지 드러난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사건의 전모를 정리해봤습니다.
 

비선 실세 의혹이 처음 수면위로 떠오른 시기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4년 11월 한 신문사가 청와대 내부 문건을 입수해 전합니다.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 :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 (정윤회) 동향" 이란 청와대 문건 입수
문건의 내용은 :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청와대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면서 국정에 개입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동향'이란 청와대 문건입니다. 문건에 등장하는 정윤회 씨는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이자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죠.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2014년 1월) 이 문건의 핵심 내용은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는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등 청와대 내외부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입니다.

중국 후한 말기, 권력을 잡은 환관을 뜻하는 '십상시'로 지칭된 이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며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 사퇴설 등을 '찌라시'에 유포했다는 것이죠. 세간에 '비선 실세'라는 소문이 퍼져 있던 정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그저 '풍문' 수준이 아니라 공직기강비서관의 조사를 거쳐 청와대 공식 보고서로 사실화된 것입니다.

사실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의혹이 번져간 데는 박근혜 정부의 거듭된 인사 실패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고액 수임료 수수 문제로 물러난 안대희 전 총리 후보,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망언 파문 등등.

'수첩 인사' '밀봉 인사'로 대변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인사 참사'가 잇따르다보니, 대통령이 따로 상의하는 누군가가 있지 않냐는 즉, '비선 실세'가 있지 않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겁니다.

야당의 문제 제기 등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이 커지자 박 대통령은 직접 조기 진화에 나섭니다.
12월 1일 박근혜 대통령 : 문건은 루머이며 청와대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 공직 기강 문란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할 적폐. 부적절한 처신 확인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을 소문으로 단정하고 대신 문건 유출에 대해 사실상 수사 지침을 내린 겁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비선 실세 의혹을 조사해 보고서에 담았던 박관천 경정은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돼 구속 수감됩니다. (하지만 이후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습니다.)
2015년 1월 7일 박관천 경정 : 대한민국 권력 서열 순위는 최순실이 1위, 2위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박 경정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대한민국 권력 서열 순위는 최순실 1위, 2위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박 경정의 이 같은 권력 서열 발언은 당시 '황당한 발언'으로 여겨지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농단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의 발언은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은 뜬소문이라고 대통령이 일축했지만 정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사례 및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보도(2014년 12월 3일 한겨레)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 딸인 정유라와 연관된 승마 협회의 조사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과장을 '나쁜 사람'으로 찍어 직접 교체 지시를 했다는 것이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를(2014년 12월 5일 조선일보) 통해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주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합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거듭 비선 실세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2014년 12월7일 여당 지도부 오찬
박근혜 : (증권가)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윤회는 이미 오래전에 내 옆을 떠났고, 연락도 없이 끊긴 사람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진짜 실세는 진돗개"라는 농담까지 친정인 새누리당 지도부에 건넬 정도로 자신합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은 올 7월 언론 보도로 다시 살아납니다.
2016년 7월 26일 TV조선 : 미르재단이 설립 두 달만에 대기업에서 5백억원 가까운 돈을 모았는데 안종범 청와대 비서관이 모금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
9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위원 : 박대통령이 최순실 씨를 통해 액새서리를 구매했고 헬스 트레이너도 추천받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 언급할 가치도 없다.

"미르재단이 설립 두 달만에 대기업에서 5백억원 가까운 돈을 모았는데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모금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보도(2016년 7월 26일 TV 조선)가 나온 겁니다. 이어 두 달 뒤에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실세가 최순실씨라는 점이 드러났다"는 보도(2016년 9월 20일 한겨레)가 등장합니다. 

야당의 문제 제기도 이어지면서 비선 실세 의혹을 밝혀주는 퍼즐은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9월 21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를 통해 액세서리를 구매했고 헬스 트레이너도 추천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인하죠.
9월 22일 박근혜 대통령 ;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
황교안 총리 : 의혹은 누구든지 제기할 수 있지만 의혹 제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유언비어는 의법조치도 가능하다.
박 대통령도 다음날인 9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미르·K재단과 관련해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말합니다. 의혹 제기를 근거 없는 폭로, 유언비어라고 다시 일축한 겁니다.

그리고 황교안 총리는 나아가 "의혹은 누구든지 제기할 수 있지만 의혹 제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유언비어는 의법 조치도 가능하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 씨를 위해 독일에 승마장을 구입했다는 특혜 의혹 보도(2016년 9월 23일 경향신문)가 나오고 이달 들어서는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과 학사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 연일 보도됐습니다.

정씨 입학을 앞두고 없던 승마 특기전형이 생기고 서류 마감 뒤에 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입시 평가에 반영됐으며, 정씨를 위해 이대 측이 학칙까지 바꾸고 소급적용해 정씨가 제적을 피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최순실씨가 독일 현지에 비덱이란 법인을 만들고,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이란 명목으로 80억원을 추가로 국내 기업에 요구했다는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꼬리를 무는 의혹 제기에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0일 수석비서관회에서 최씨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은 채 "누구든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 의혹이 의혹을 낳고 불신이 커져 가는 상황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대통령의 언명에도 최씨를 둘러싼 의혹은 커져만 갔고, 연설문 수정 의혹까지 제기됩니다.

그래도 청와대는 '설마'하는 눈치였습니다.
10월 20일 정연국 대변인 : (연설문 수정 의혹이) 말이 되는 소리냐
10월 21일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 어떻게 활자화 되는지 개탄스럽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지금 시스템으로 성립 자체가 안되는 이야기죠
최씨 모녀의 독일 회사인 비덱의 입출금 내역이 공개되고, 사실상 재벌을 비틀어 받은 돈이 최씨 모녀에게 쓰인 정황이 보도됩니다.
10월 23일 SBS 8뉴스 보도

계속되는 의혹 제기 속에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4일, 스스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회피해왔던 개헌 추진 카드를 갑자기 꺼내 듭니다. 하지만 바로 당일 최순실씨의 PC를 입수해 파일을 분석해보니 청와대 연설문을 사전에 받고 직접 고친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터져 나옵니다. '통일 대박론'을 깜짝 발표했던 드레스덴 선언 역시 최순실 씨가 사전에 받았다고 전했죠.

결국 박 대통령은 다음날인 10월 25일 오후 최.순.실 이란 이름 석자를 처음으로 거론하며 대국민 사과를 합니다.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 / 2016년 10월 25일 
"최순실씨 도움을 받았다.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최씨의 국정 개입 전모에 대해서는 명쾌히 해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진정성 없는 녹화 방송 사과에 거짓 해명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씨의 도움이 연설문 고치는 정도에 그쳤고 청와대 보좌진이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했지만, 최씨가 인사 개입 등 국정 전반에 관여한 정황과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상 이상인 국정 농단 실상에, 국민은 누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는지 묻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디자인: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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