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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무원 초절정(超絶頂)시대…10,000대 1

[취재파일] 공무원 초절정(超絶頂)시대…10,000대 1
중국의 공무원 선발 시험에 엄청난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2017년도 궈카오(國考, 중국 국가 공무원시험) 지원자 접수인원이 1백30만 명을 넘어섰는데 우편 접수 등 최종 집계가 끝나면 1백 50만 명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사상 최고치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120여 개 중앙기관 및 직속기구, 공무원법에 따른 국영기업체에서 근무할 2만7,000여 명을 선발하는데 평균 경쟁률 60대 1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종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도 현상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동맹 중앙사무청 접대처 주임요원 1명 뽑는데 1만 명 가까이 몰린 반면 철로 공안국, 농촌 지역 세무청 등 외딴 지역에서 박봉을 받는 비인기 400여 개 직종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2016년) 초 중국 후베이성의 한 국가공무원시험장에 몰린 응시생들
중국 인사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공무원 수는 2015년 말 현재 716만 7,000명이다. 이 통계엔 중국 정부 산하 사업단위와 공공기관, 교사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구 3억2,000만 명인 미국에서 같은 기준으로 산출한 공무원 수가 2,800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인구 대비 공무원 수는 미국보다 적은 셈이다.
올 초 중국 산둥성의 한 국가공무원시험장에 몰린 응시생들
기자가 특파원 부임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가족과 함께 1년간 어학연수 겸 대학 위탁교육을 받을 때였다. 언어도 원활하지 못한데다 황당한 경우까지 많이 당해 관공서 한 번 가는 것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정상을 전혀 참작해주지 않는 공무원들의 불친절한 태도는 그렇다 해도 한 참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기는커녕 자기들끼리 잡담하다 식사 시간이라고 밥 먹으로 가버리는가 하면 시간됐다고 칼같이 퇴근해버리는 것을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 화도 내지 못했다.  
외국인 비자 연장 등을 담당하는 중국 공안국 외사처
중국에서 공무원 직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분위기가 아직 강하고 경제적으로 월급 외에 누리는 혜택이 많다는 것이다. 경제가 점차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정년 보장 등 철밥통으로 인식되는 것도 중요 요인 중 하나다. 물론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는 공직자 반 부패 척결 조치 등으로 인기가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 현직 변호사가 지방공무원 9급 일반행정직 시험에 응시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 변호사는 지난해에도 일반행정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는데 변호사에게 주어지는 5%의 가산점을 받고도 불합격했다가 올해 9급에 재차 응시했다는 게 추가로 확인돼 놀라움을 더했다.

청년 실업문제, 정년과 노후 보장 등 비슷한 이유로 한국에서도 공무원의 인기는 상종가다. 해마다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몰려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한다.
한국 공무원들(좌), 한국의 한 유명한 9급 공무원 취업 학원(우)
한 국가를 구성하고 운용해 나가는데 있어 어느 직종인들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공무원이 너무 과열 현상을 빚을 정도로 선호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공무원 본연의 일은 일반 국민이 불편 없이 생활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른바 ‘스태프(staff)’의 역할이다. 어느 조직이나 현장에서 직접 뛰는 사람들보다 스태프들이 과도하게 중요시되면 적지 않은 부작용이 생긴다.

오죽했으면 ‘관료화(bureaucratization)’란 부정적 용어까지 등장 했을까.

나라가 안정되고 기회가 많으면 공무원 직종이 비인기이고, 불안정하고 불공평한 사회에선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다는 말이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맞지 않은 표현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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