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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노후? 당장 살기도 힘들어"…연금저축 해약 1년에 33만 건

[취재파일] "노후? 당장 살기도 힘들어"…연금저축 해약 1년에 33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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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제도"

'연금저축'을 검색해보면 나오는 정의입니다. 그런데 작년 한 해, 1년 동안 우리 국민들은 33만 건의 연금 저축을 깼습니다. 결국 우리 국민들은 33만 건의 노후 자금을 포기한 겁니다. 액수로 2조5천억 원이 넘습니다. 노후를 위해 모은 돈을 미리 당겨 쓸 정도로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진걸까요?

● 금융감독원 "연금저축 +국민연금 = 노후 최소 생활비 61%에 불과"

연금 저축은 국민연금과 달리 개인이 가입하는 노후 대비 상품입니다. 은행에서 가입하면 연금저축 신탁, 증권사에 가입하면 연금저축펀드, 보험사에 가입하면 연금저축보험입니다. 이 가운데 연금저축보험이 가장 많아서 전체 108조 원 가운데 70%를 넘습니다.

그런데 연금저축 가입자의 예상 평균 수령액이 한 달 평균 28만 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입니다. 한 달 최소 노후생활비를 99만 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니까 대략 28% 정도 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합쳐도 한 달 평균 노후 생활비가 61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간단히 말해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필요한데, 각종 연금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은 61만 원 수준이라는 겁니다. 노후에 최소 생활조차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안좋습니다. 확정기간형 연금의 수령기간이 평균 6.4년입니다. 쉽게 말해 연금을 받기 시작한 뒤 6.4년만 연금을 받는다는 겁니다. 앞서 말한 최소 생활비의 61% 마저도 6년 남짓 받고 나면 끝이라는 겁니다.

은퇴한 뒤 한참을 더 사는 이른바 '100세 시대'에 대부분을 연금저축 없이, 국민연금만으로 산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민연금만으로 살 경우 최소 생활비의 50%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노후 생활이 매우 어려워지는 노인들이 많아진다는 '매우 무서운 통계'인 셈입니다.

● "더 모아도 모자란 판에"…연금저축 해약 연간 33만 건

그런데 그나마 국민연금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던 연금저축마저 해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처음으로 '연금저축 해약건수' 통계를 냈기 때문에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15년 집계만 보면 모두 33만 건이 해약됐습니다. 액수로는 2조5천억 원에 달합니다.
2015년 연금저축 해지 33만 건
전체 연금저축 액수가 108조원인데 비하면 비중이 적을 수 있지만, 2015년 신규 연금저축 납입액이 16조원인데 비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연간 납입액이 0원인 계약이 전체의 25.9%를 차지하고, 연간 납입액이 300만원 이하가 58.3%입니다. 물론 납입기간이 종료된 사람도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연금저축을 해약하는 사람도 많은데다가 거기에 더해 연금저축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겁니다.

● "노후? 오늘 살기도 힘들어"

40대 초반의 한 회사원의 얘기를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총각 때 연금저축에 가입했고, 결혼해서도 계속 넣었죠. 한동안 넣었는데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점점 생활비가 마이너스가 된거죠. 그래서 4~5년 부었나. 원금 1천2백만원 정도 됐을 겁니다. 매달 30만 원씩 냈는데. 집이 계속 마이너스니까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고. 빚을 얻기 보다 보험을 깨는 게 제일 쉬울 것 같아서"
40대 초반 회사원 인터뷰
2016년 대한민국을 사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소득은 늘지 않다보니, 먹고 살려면 결국 소비를 줄여야 하고 그러다보니 먼 노후를 대비한 연금저축이나 보험을 해약하고 당장 오늘, 내일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연금저축 뿐 아닙니다. 만일에 대비한 보험 해약 역시 사상 최고 행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사 25개와 손해보험사 16개에서 고객이 받아간 보험환급금이 올해 상반기에만 14조7천3백억 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7천억 원 늘어난 겁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말에는 환급 보험금이 19조 원을 넘겨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이나 보험이나 모두 미래에 대비한 상품인데, 당장 오늘을 살기도 힘든 게 우리 현실인 셈입니다.

● 중도 해약, 원금도 못 건질 경우 많아…일단 '납입중지'나 '납입유예' 활용

연금 저축은 중간에 해약하면 원금도 못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데도 해약한다는 건 정말 자금 상황이 급하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원래 연금 저축은 연간 400만 원 한도 내에서 13.2%의 세액 공제가 가능합니다. 그게 장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약을 중도해지 하거나 연금 수령 이외의 방식으로 자금을 인출할 경우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됩니다. 받았던 세제혜택을 다시 내놓는 셈입니다.

재무설계사인 이숙연씨는 "보험상품은 사업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단 그 부분이 나가고, 연말에 세액 공제 혜택을 보기 때문에 세액 공제 혜택 본 만큼 반환을 하기 때문에 손실이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숙연 재무설계사 인터뷰
이 때문에 중도 해지할 경우 그때까지 낸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400만 원 납입시 연금 계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매년 400만 원씩 5년 동안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원금 2천만 원에 이자 125만 원이 붙습니다. 그런데 이 연금저축을 해약하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되니까 35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원금 2천만 원도 돌려받지 못하는 겁니다.

하지만 연금저축에 가입해서 5년을 유지하는 사람은 66%에 불과합니다. 통상 연금저축 상품은 7년 이상은 유지해야 원금을 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급저축 납입이 곤란한 경우 납입중지나 납입유예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합니다. 납입중지는 연금저축 신탁과 펀드, 납입유예는 보험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2014년 4월 이후 체결한 계약부터 가능한데, 1회 12개월 이내에서 최대 3회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종합해보면 원금도 못건지는데 해약하고 받아간 돈이 2조5천억원입니다. LG경제연구원의 조영무 박사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약을 한다는 것은 가계의 수지 상황이 한계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고령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노후 대비 구조는 점점 취약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연금 저축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가계 소득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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