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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회고록 일파만파…본질은 여야 대선 싸움

9년 전인 2007년 11월 20일 유엔 대북인권 결의안 표결 장면입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기권을 했죠.

그 과정에서 북한에 사전에 문의하고 결정했다.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이 회고록 내용이 일주일 넘게 논란거리입니다.

새누리당은 대북 결재사건으로 규정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종북몰이 색깔론으로 맞섰습니다.

지루한 진실공방 끝에 쟁점은 두 가지로 모아졌습니다.

첫째, 정말 노무현 정부는 대북 인권결의안 기권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나, 둘째, 대선주자 문재인의 위기대처 능력은 어느 수준인가.

첫 번째 쟁점, 실체적 진실부터 정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여야 모두가 인정할 진실 규명은 어려워 보입니다.

양측의 주장이 워낙 맞서 있고 사안의 본질이 여야 대선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최소한 사실관계만 따져보면, 진실은 회고록에 더 가깝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기권 결정이 16일이냐 20일이냐, 사전 문의냐, 사후 통보냐, 숱한 공방이 벌어졌지만, 저자인 송민순 전 장관은 꼼꼼한 메모와 기록에 근거했고, 다른 참석자들은 기억을 더듬는 정도이다 보니, 사실관계만 놓고 본다면 송 전 장관이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이병호 국정원장의 국회 발언 역시 논란의 변곡점이 됐습니다.

개인 의견을 전제로 했다지만 회고록 내용이 맞다고 본다 이게 요지입니다.

물론 국정원장의 발언 역시 여야는 맞네 틀리네 의견이 분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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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두 번째 쟁점 즉 문재인 전 대표의 위기대처 방식과 능력이 정가의 더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사전 문의냐 사후 통보냐,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어떤 판단과 역할을 했나 사실관계를 밝혀달라 이 질문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의 첫 반응은 침묵이었습니다.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을 통해 사후 통보였다고 밝혔을 뿐 본인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실공방이 벌어지자 문 전 대표는 이런 반응을 내 놉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지난 18일) : 군대도 제대로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 무슨 걸핏하면 종북 타령입니까? 새누리당은 안보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안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만큼만 하라고 하십시오.]

그 다음 대응 역시 비슷합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지난 20일) :저 문재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 그 궁리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정말로 찌질한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해보면, 일단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건 앞선 야권 대선주자를 흠집 내기 위한 종북몰이 색깔론이다 이렇게 정리되네요.

이해는 갑니다.

왜 적극 방어하지 않고 동문서답을 택하는지.

4년 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터진 노무현 전 대통령 NLL 발언 사건의 트라우마겠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NLL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여당의 폭로, 야권 대선후보 문재인은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서서 기록 공개를 자처했습니다.

사실관계를 밝히면 깔끔히 정리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기록물이 없어진 사실이 드러났고, 사안은 사초 실종 사건으로 변질됩니다.

나중에 재판에서 관련자들이 모두 무죄를 받았지만, 문재인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었음은 분명합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현 상황을 4년 전과 동일시하는 것 같습니다.

섣불리 나서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당에서 대응한다 이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대선을 두 달 앞두고 터진 NLL 사건과 달리 이번 회고록은 대선을 일 년 이상 남긴 시점에 나왔습니다.

사실관계를 따질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첫 반응은 전략적 미스라는 지적입니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실관계를 따져보긴 하겠지만, 남북관계 밀월 시대였던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전이든, 사후든, 북한과 의견 교환은 비일비재했고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대화 자체를 내통이나 종북으로 모는 건 문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면돌파했다면 사태는 좀 달라졌을 겁니다.

사안의 본질이 대선전임을 국민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자의 의도와 달리 대선 싸움의 소재가 돼버린 대북 인권결의안 결정 과정, 이를 둘러싼 소모적 정쟁을 중단시킬 열쇠는 문재인 전 대표가 쥐고 있습니다.

당시 한반도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실관계를 당당히 밝히고 정당한 평가를 요구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선주자 문재인은 바로 그 선택의 시험대에 올라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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