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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병대' 추격한 시민, 그가 끝까지 뛰었던 이유

[취재파일] '성병대' 추격한 시민, 그가 끝까지 뛰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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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도심 한복판 주택가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경찰관 1명이 순직했습니다. 사제총과 사제폭탄을 들고, 방탄복과 헬멧까지 쓰고 활보한 피의자 성병대. 테러리스트와 다름없던 그의 폭주를 20여 분 만에 제압하고,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데는 신고부터 검거까지 자기 일처럼 나섰던 시민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사고 현장 주변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강희 씨도 그 중 한명입니다. 조 씨는 동업자인 이대범 씨, 근처 매운탕 가게 사장 김종호 씨와 함께 성병대를 추격했습니다. 조 씨는 성병대가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주민을 경찰이 올 때까지 보호했고, 성병대가 흘리고 간 총알을 주워 경찰에 넘겼습니다. 그 사이 이 씨와 김 씨는 성병대가 잘라 버린 전자발찌를 수거해 뒤를 쫓았고 조 씨도 총격전이 벌어진 현장으로 달려가 성병대 검거에 일조했습니다.

● 담 넘어 들어온 이웃에 폭행당해 숨진 형

조 씨가 성병대의 뒤를 끝까지 쫓았던 이유는 좀 특별합니다. 약 1년 전인 지난 해 6월, 조 씨는 친형을 잃었습니다. 친형은 이른바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였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총과 둔기를 휘두르던 성병대를 보며, 조 씨는 황망하게 가버린 형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지난 해 6월24일 새벽 1시쯤, 나흘 전 옆 집 원룸으로 이사 온 34살 박모 씨가 조 씨의 형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 내용에 따르면, 박 씨는 “야 이XX야 텔레비전 소리 좀 작게 해라”고 욕설을 하며 조 씨 형 집의 담을 넘었습니다. 그리고선 가슴과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를 발로 밟는 등 여러차례 폭행했고 형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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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후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던 박 씨는 이틀 만에 경찰에 검거됐고, TV 소음 때문에 때렸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주민들 진술에 따르면, 조 씨의 형은 TV를 켜지 않고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유족들도 ‘TV를 크게 켜고 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실제 TV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컸다한들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순 없습니다.

●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조 씨는 당시 범행을 ‘묻지마 살인’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형님은 ‘묻지마 살인’으로 돌아가신 겁니다. 성병대를 보면서 형 생각이 났습니다. 사람이 아무런 이유와 의미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저는 싫어요. 형 일로 공감대과 형성돼서 ‘아 이 놈은 무조건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나쁜 놈이니까.”

조 씨 형을 숨지게 한 범인 박 씨는 법원에서 징역 15년 형을 확정 받고 복역 중입니다. 조 씨는 “사람을 죽였는데 고작 15년”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어차피 (성병대가 경찰에 잡혀도) 또 언젠간 사회에 나오겠죠. 그러면 또 정상적인 사람들 다 해치고 다닐 거예요.(이번만큼은) 법이 엄중하게 심판을 해주셨으면, 공정하게 벌을 내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묻지마 범죄’로 가족 잃는 슬픔…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나

뚜렷한 동기가 없고, 불특정 다수를 주로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이 지난 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묻지마식 범죄는 163건에 이릅니다. 이 중 87건이 상해, 41건이 살인으로 강력범죄의 비율이 높습니다.

성병대의 총기난동으로 고 김창호 경감의 가족들은 조강희 씨가 황망하게 친형을 떠나보냈던 것처럼, 아무 이유 없이 아버지를, 남편을 잃게 됐습니다.

범인을 강하게 처벌한다고 먼저 떠난 가족이 돌아오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2, 제3의 무고한 피해자를 막으려면 현 제도권 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엄중한 처벌’ 뿐일 겁니다.

“나쁜 사람은 강하게 응징하고, 좋은 사람을 살리는 공정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상식대로 둥글둥글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강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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