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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설악산 케이블카 "시범적으로 해보자"…멈출 수 없나요?

[취재파일] 설악산 케이블카 "시범적으로 해보자"…멈출 수 없나요?
조경규 환경부 장관의 목소리는 나지막한 중저음에 차분하다. 조용조용하게 자신의 논리를 펴지만 그 속에는 카랑카랑한 쇳소리가 담지 못하는 중량감이 있다. 조 장관이 지난18일 저녁 출입기자들을 만났다. 지난달 5일 취임 후 첫 공식 만남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환경정책 수장으로서 소신을 밝혔다. 1년 넘게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의제인 만큼 기자들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청문회 때나 국정감사장 때처럼 답은 정해져 있었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
조 장관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결정한대로 시범사업하는 조건을 충족했다면 20년간 논란을 끌어온 것을 중간 결산한다는 의미에서 해 볼 필요는 있지 않느냐…. 자연을 보전해야 하니까 공원위원회에서 승인한 것을 취소할 것이냐, 답변은 뻔하다. 이미 승인을 했는데 시범적으로 해보자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 다음 말에서 조 장관은 속마음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냈다. “30년간 행정을 해본 입장에서 그대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산양을 고려하겠다”
산양
시범적으로 했다가 4대강 꼴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 장관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확신에 찬 발언을 이어갔다. “지금 설악산 케이블카 놓는 위치와 생태 그 쪽이 그나마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는다면 가장 생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영향이 적은 곳을 선택했다. 설악산에 안 하려면 모르겠지만 한다면 그 곳밖에 없다. 그것조차도 실패한다면 그것은 공원위원회에서 10여년간 각계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논의결과이고 사회적 합의이기 때문에 그것조차도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조 장관은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을 절대시하고 있다. 마치 쉽게 바꿀 수 없는 헌법과도 같은 무게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공원계획변경을 위한 국립공원위원회 결정은 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있어서 첫 단추일 뿐이다. 환경영향평가가 기다리고 있고 천연기념물 지역이어서 문화재위원회의 판단도 넘어야할 산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신설 공원계획변경 조건부 승인 결정은 지난해 8월 28일 나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회의에는 총 20명의 위원 중정부 쪽 위원 10명, 민간위원 9명 등 19명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격론 끝에 조건부 가결과 반대, 유보 등 세 가지로 의견이 갈렸다. 표결에 반대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모임 사무처장 지성희 위원은 회의장을 나왔다. 투표는 17명이 참여해 조건부 가결 12표,유보 4표, 기권 1표로 결과가 나왔다. 표결요건은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이다  무기명 투표이다 보니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조건부 가결에 12명이 찬성한 것을 놓고 보면 민간위원 대부분이 반대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케이블카 반대하는 시민들
조 장관은 이날 회의 결과를 놓고 사회적 합의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결에 의한 결정이라는 형식 논리일 뿐 진정한 합의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케이블카 반대하는 시민들
공원위원회에서 결정한 7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탐방로 회피대책 강화방안 강구, 둘째 산양 문제 추가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셋째 시설안전대책 보완(지주 사이의 거리, 풍속 영향, 지주마다 풍속계 설치 등), 넷째 사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다섯째 양양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케이블카 공동 관리, 여섯째 운영 수익의 15% 또는 매출액의 5%를 설악산 환경보전기금으로 조성, 일곱째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추진 등 이다.

조건부 승인이 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여전히 뜨거운 찬반 논란 속에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부실하게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수정 보완한 본안이 지난 7월 원주지방환경청에 접수돼 현재 심의 중이다. 초안에 이어 본안에 대해서도 전문기관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원주지방환경청에 보낸 환경영향평가본안 검토의견에서 “산양 및 멸종위기종, 법정보호종에 대한 정밀조사가 충분하고 적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도 미흡하다”며 케이블카 사업이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을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하고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서면 오색리 466번지에서 해발1천480미터인 끝청 하단을 잇는 노선으로 총 길이 3.5km에 이른다. 조 장관은 이 사업구간이 “생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영향이 적은 곳”이라고 했지만 전문기관의 판단은 사뭇 다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오색삭도사업 예정지역은 자연림과 극상림 식생이 존재하고 산양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영역으로 ‘환경적으로 민감한 곳’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부 장관이 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근거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시범사업추진의 당위성을 내세운 것은 진중하지 못한 행동이고 실망스럽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조차 “동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시범사업’으로 통과되면서 타 국립공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입지의 적절성’과 ‘계획의 타당성’ 측면에서 미흡한 내용이 없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과 훼손의 결과가 어떻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지는 4대강 사업이 말해주고 있다.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아니다 싶으면 멈출 줄 아는 지혜가 진정한 용기이고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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