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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송민순 회고록, '본질'은 어디가고 '정쟁'만 남아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내놓은 회고록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2007년 당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북한의 의견을 구했는지 때문이다. 여당은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야당에 대해 총공세를 퍼붓고 있고, 야당은 그런 적이 없다며 역시 총력방어에 나섰다. 내년 대통령선거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관돼 있는 만큼 벌써부터 대선전이 시작된 양상이다.
송민순
● 지금의 싸움이 국가 발전을 위한 싸움인가

하지만, 정치권의 이런 전면전을 바라보는 요즘 심정은 무척이나 갑갑하고 불편하다. 누구 말이 맞느냐는 이전투구식 싸움을 통해 나올 결과가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짧은 시간 안에 속시원히 확실한 결과가 나올 것 같지도 않지만 혹시 한 쪽의 말이 맞는 것으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느 한 정파의 승리일 뿐 대한민국의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송민순 전 장관은 회고록이 논란이 되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가는 길, 앞으로를 PROSPECT(전망)하기 위해 (회고록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할 것 없이 그것(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가운데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부분을 읽어보면 어느 한 쪽을 두둔하거나 비판한다기보다 남북관계와 북한 인권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송 전 장관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 있다. 송 전 장관은 아마도 9년 전의 경험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더라도 북한 인권과 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념은 일관되게 견지해야 하며 그것이 남북관계에 그다지 해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물론, 사람에 따라 송 전 장관의 시각에 동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9년 전의 사건들을 통해 무엇을 얻어내고 그것을 앞으로의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미래를 더 잘 준비하기 위해서 아닌가. 지금 회고록에 대한 논쟁이 생산적으로 진행된다면, 남북관계와 북한인권이라는 언뜻 보면 상반될 수 있는 주제를 향후 어떻게 조화롭게 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남북관계나 북한 인권 문제 같은 향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외교안보정책과 관련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교훈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기는커녕, 과거를 통해 지금 당장 나에게 또 우리 정파에게 이익이 될 것이 무엇인지에만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송민순 회고록 여야 갈등
● 발전적인 교훈을 얻어갈 것인가, 소모적인 싸움에 매몰될 것인가

똑같은 현상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거기에서 발전적 교훈을 얻어가고 어떤 사람은 아무 것도 얻어가지 못한다. 발전적 교훈을 얻어가는 사람은 그 현상에서 자기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현상에 매몰될 뿐 무엇을 교훈으로 얻어갈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을 놓고 벌이는 논쟁이 과연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논쟁인가. 국내, 국제 상황 어느 것 하나 녹녹치 않은 지금 국가적 에너지를 이렇게 소모적인 방향으로 허비해서는 안 된다. 이제 제발 소모적인 정쟁은 그만두고 회고록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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