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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황새 드디어 정착했는데…거미줄 전신주에 감전사

1970년대 이후, 우리 땅에서 사라진 황새를 복원시키려고 노력한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 교원대 박시룡 교수인데, 20년 동안 오롯이 황새만을 보고 달려온 덕분에 황새를 우리나라 텃새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박시룡 교수는 황새복원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잘못인 것 같다는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이용식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지난 1일 황새가 황새 공원 근처에 있는 전신주에서 감전사 당했습니다. 수컷 1마리가 앉아 있는 전신주 꼭대기에 암컷이 날아와 수컷 근처에 내려앉다가, 날개 쪽에 큰 상처를 입고 현장에서 즉사한 겁니다.

앞서 두 달 전인 지난 8월에도 암컷 1마리가 전신주 위에 내려앉다가 감전돼 죽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황새 15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는데, 2마리나 감전사 당한 겁니다.

한쪽 날개 길이가 1m가량 될 정도로 몸집이 큰 황새는 다른 새에 비해서 전깃줄 감전 위험이 높습니다. 하지만 황새들이 오가는 들판과 마을에는 이렇게 전신주와 전깃줄이 거미줄처럼 놓여 있습니다.

짝을 잃은 수컷 1마리 등 황새 4마리는 여전히 감전사고 현장 주변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박시룡 교수는 제3, 제4의 전신주 사고는 시간문제라고 말하며 급기야 황새 야생 방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전깃줄 감전위험이 없는 안전한 서식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겁니다. 전남 순천시는 지난 2009년 흑두루미 서식지 주변에 있는 전신주 280여 개를 뽑았습니다.

이렇게 과감한 친환경 정책을 펼친 끝에 흑두루미 1천5백여 마리의 안전한 월동지를 만들었습니다. 겨울 철새인 흑두루미와 달리 황새는 텃새였습니다. 황새를 다시 텃새로 복원할 수 있도록 전신주 제거 작업이 시급해 보입니다.

▶ [취재파일] 전깃줄 '지뢰'…황새복원 좌초위기

(김선재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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