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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아래로, 가방을 머리에'…첫 전국규모 지진대피훈련

제403차 민방위의 날인 19일 전국적으로 지진대피 훈련이 이뤄졌다.

이번 훈련은 경주 지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전국 규모의 지진대피 훈련이어서 참여기관과 국민 대부분이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오후 2시를 기해 경보가 울리자 부산 영도구 영일유치원 누리터반 원생들은 침착하게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평소 시청각 자료로 지진대피훈련을 교육받은 원생들은 10여초 만에 대피를 마쳤다.

이어 운동장으로 대피하라는 교사의 말에 아이들은 줄줄이 머리에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만3∼5세의 원생 160여명이 운동장에 대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안 됐다.

세종시 한솔초등학교 학생들도 일제히 책상 밑으로 들어가 몸을 피했고, 담임교사는 교실 후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했다.

책상 아래 들어간 학생들은 양손으로 책상 기둥을 꽉 잡고, 실제 상황인 것처럼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3분간 책상 아래서 몸을 피한 학생들은, 교실 밖으로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에 따라 담임교사가 미리 확보해 둔 교실 후문을 통해 차례차례 빠져나갔다.

학생들은 책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자세를 낮춰 최대한 안전한 자세를 취했고, 중간중간에 배치된 교사들이 출구를 안내했다.

훈련에 참가한 학생과 교사 740여명이 6분여 만에 모두 안전하게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6학년 박윤우 학생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지진대비 훈련을 받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자주 훈련을 받으면 행동요령을 기억해서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좀 더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소화기 작동법, 심폐소생술 등을 체험하며 이날 훈련을 마쳤다.

훈련을 참관한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은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어서 지진대비 훈련을 해야 한다"며 "학생 여러분이 자고 있을 때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어 지진대비 행동요령을 잘 기억해 여러분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63층 규모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입주한 20여개 공공기관의 직원 1천500여명이 훈련에 동참했다.

지진 상황이 발령되자 직원들은 책상이나 탁자 아래로 대피한 뒤 안내 방송에 따라 비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향했다.

비상계단 출입문 등 층별로 배치된 유도요원들이 직원들의 대피를 도왔다.

BIFC 입주사인 한국남부발전은 '화재용 긴급 대피마스크'까지 개인별로 지참하고 훈련에 동참했다.

BIFC 어린이집 원생 100여명도 엄마와 아빠처럼 진지한 모습으로 훈련에 참여했다.

BIFC 관계자는 "지진이나 화재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훈련이 자신과 동료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강동구 상일동 고덕3단지 재건축단지 일대에서 시민봉사단체와 학생 등 수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민관 합동으로 지진훈련을 했다.

훈련은 의정부∼중랑천∼성남을 잇는 남북단층에 있는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남한산성 일대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일어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렀다.

도로가 마비돼 긴급 차량이 재난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상수도도 파괴돼 소방 용수가 부족한 상황을 설정했다.

가스 라인도 파괴되고, 통신과 전기도 차단되는 등 사회기반 시설이 모두 마비된 채 화재·붕괴·유해물질 누출·폭발 등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이다.

참가자들은 장애물을 제거하고 매몰자를 구조한 뒤 힘을 모아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정부서울청사와 서울시청에서도 직원들이 경보음과 함께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손이나 가방, 책 따위로 머리를 보호하고 나오기도 했다.

서초동 삼성본관에서는 지진 경보음이 울리자 책상 밑 등으로 몸을 피했던 직원들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이들은 집결지로 이동해 심폐소생술 훈련 등을 했다.

일부에서는 우왕좌왕하거나 건물 밖으로 느린 걸음으로 대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남 합천군청에서는 훈련이 시작되자 직원 대부분이 책상 아래로 들어가거나 건물 밖으로 대피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는 등 세부 사항은 생략되기도 했다.

합천군청의 한 직원은 "지진 대피훈련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진이 났을 때 당황해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는데 앞으로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는 건물 밖 대피과정이 실제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대피장소인 본청 앞 잔디광장으로 산책하듯 움직여 훈련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번 훈련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정부, 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시·군·구별로 1곳 이상에서 시범훈련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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