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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폴리그래프 활용 증가…"기술·수사기법 발전으로 증거 인정 판례 늘어"

작성 2016.10.19 16:38 조회 재생수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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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이거나 움직이면 안 되고 편하게 호흡하세요."

거짓말을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신체 변화를 감지해 거짓말을 탐지하는 폴리그래프(Polygraph·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활용한 수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폴리그래프 검사는 살인, 성범죄처럼 목격자가 없거나 가해·피해자 진술이 엇갈리는 사건에서 주로 활용된다.

실제 지난 3월 19일 새벽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강제 추행 사건은 피의자와 피해 여성의 진술이 전혀 달랐고 목격자도 없었다.

A(19)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편의점에서 나오던 20대 여성과 시비가 붙어 말다툼했으나 가슴을 만진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폴리그래프 검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타나자 이후 조사에서 가슴을 수차례 만진 사실을 시인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 불이익과 관련된 거짓말을 하게 되면 불안, 긴장, 두려움 등 감정을 느끼고 이는 자율신경계 변화를 초래한다.

폴리그래프 검사는 이때 나타나는 뇌파나 심장 박동, 체온, 땀 분비량 등을 동시에 기록한다.

19일 기자가 직접 장비를 착용하고 예비 검사를 해본 결과 의도적으로 거짓 대답을 한 구간에서 피부반응과 호흡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검사는 사전 면담과 예비 검사, 본 검사 등으로 진행되며 한 검사당 보통 2시간 이상이 걸린다.

검사 특성과 인권 문제를 고려해 검사 대상자의 사전 동의가 필수다.

검사관은 사전 면담을 통해 검사 대상자의 성향, 심리적 상태뿐 아니라 사건에 대한 검사 대상자의 주장 등을 충분히 듣고 심리적 공감대인 '라포(rapport)'를 형성한 뒤 검사에 임한다.

면담 후 검사실에 들어서면 팔걸이가 있는 소파에 앉아 몸통과 양손에 검사 장비를 착용한다.

검사관은 '네, 아니오'로 대답하는 유형의 질문을 하며 한 질문에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데 3∼5초가량 걸린다.

검사가 끝나면 진실을 대답했을 때와 아닐 때의 그래프 파형 변화 정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거짓, 진실, 판단불능(점수 미달), 검사불능 등 결과를 도출한다.

과거에는 수사 참고자료로만 사용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과학기술과 수사기법 발전에 따라 폴리그래프 검사 결과가 다른 증거와 부합할 경우 증거로 인정하는 판례도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8천340건, 2013년 8천460건, 2015년 8천540건 등 해마다 8천건 이상의 폴리그래프 검사를 수사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지방경찰청은 2013년 351건, 2014년 431건, 2015년 492건 등 매년 15∼20%의 큰 증가를 보였다.

전남 경찰은 2013년부터 지난 9월까지 1천667명을 대상으로 폴리그래프 검사를 한 결과 606명이 거짓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555명은 진실 반응을 보였고 판단불능 237명, 자백 31건, 검사불능 238건 등이었다.

그러나 1년간의 취득 기간이 필요한 검사관 자격증을 보유한 경찰관이 전국에 130여명뿐이고 17개 지방경찰청별로 1∼3명만이 이 업무를 전담하고 있어 인력 양성과 장비 보강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폴리그래프 검사관들은 "현재는 검사를 받으려면 3∼4주 대기해야 한다. 전문인력과 검사 시설이 보강되면 더 많은 검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거짓 진술로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