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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용두사미' 롯데 수사…비자금·제2롯데 의혹 미궁

검찰 '용두사미' 롯데 수사…비자금·제2롯데 의혹 미궁
롯데그룹 비리를 파헤쳐온 검찰이 19일 신동빈(61)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대거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그룹 차원의 횡령·배임·탈세 범죄를 적발하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큰 관심을 모은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규명에 실패했고, 제2 롯데월드 건설 과정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제대로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

국내 최대 수사조직인 서울중앙지검 3개 부서의 최정예 검사 20여명을 투입해 4개월 동안 매달려온수사치고는 초라한 성과다.

검찰 안팎에서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작년 초 자원개발 비리부터 최근까지 특별수사 결과가 계속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수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분한 내사가 안된 상태에서 '하명수사'를 하다가 초라한 결과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본적으로 검찰 역량에 문제가 있지만, 잇따른 법원의 영장 기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영장항고제 도입이나 참고인의 수사 비협조 또는 조사 불응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 시작 창대했으나 뒷심 부족

검찰은 6월 10일 수사관 240여명을 투입해 총수 일가 집무실·자택, 본사 및 핵심 계열사 17곳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압수수색이었다.

최정예 인력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첨단범죄수사부·방위사업수사부 검사들로 수사팀이 꾸려졌다.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의 사정 표적이 된 롯데는 당혹스러워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탈세 등 각종 비리와 제2 롯데월드를 중심으로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정조준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검찰은 사흘 뒤 계열사 10여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집무실 비밀 금고에서 30억원의 현금다발을 발견하고 비밀 장부도 찾았다고 공개했다.

비자금 '저수지'로 빠르게 접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영장은 기각되고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 롯데홈쇼핑의 채널 재승인 로비,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계열사 비리가 포착됐으나 핵심인 오너 비자금 의혹은 끝내 실체를 찾지 못했다.

그룹 2인자로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이인원 정책본부장이 8월 말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악재였다.

검찰은 총수 일가의 1천억원대 탈세, 일감 몰아주기와 계열사 부당 지원에 따른 배임 혐의를 밝힌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제2 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의혹을 파헤치지 못한 것도 뼈아프다.

이 사안은 이명박 정부 유력 인사들의 비리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핫이슈'였다.

수사 초기엔 검찰도 의혹 규명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로 인허가 업무를 주도한 장경작(73)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의 출국금지는 사전작업으로 읽혔다.

검찰은 7월 핵심 인물의 한 명인 기준(70·구속기소) 전 롯데물산 사장을 소환해 관련 사안을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첫 단계인 비자금 수사가 동력을 잃은 데다 핵심 연결고리인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되면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채 손을 떼야 했다.

구속한 총수 일가는 신영자(77)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유일하다.

계열사 사장급 중에는 롯데케미칼 소송에 연루된 기준 전 사장만 구속됐다.

◇ 특별수사 잇단 '헛발질'…"시스템 재점검"

검찰 특별수사는 작년 초부터 크고 작은 논란을 불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시작한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에 휘둘렸고, 5천500억원대 혈세 낭비 혐의로 기소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1∼2심 무죄를 선고받아 '실패한 수사'로 비판받았다.

농협·포스코·KT&G 비리 수사도 '무딘 칼날'이 문제였다.

목표로 거론된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은 기소하지 못했고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도 불구속 기소로 끝냈다.

민영진 전 KT&G 사장은 구속기소 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일각에선 해당 기업인이 모두 이명박 정부와 가까운 점에서 '표적 수사', '찍어내기 수사'의 부작용이라는 뒷말도 나왔다.

지난 정부 수혜 기업으로 지목된 롯데 역시 이런 논란과 연결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성과가 좋지 않은 특별수사 대부분은 정치적 논란이 뒤따랐다"며 "충실한 내사를 토대로 수사 명분과 목표를 명확히 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수사 방식의 개선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수사를 시작하며 '신속히 곪은 환부만 도려내겠다' '신속·정확한 수사로 특별수사의 모범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사 장기화에 따른 재계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검찰은 애초 3∼4개월의 기한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4개월 남짓한 기간은 최근 수사와 비교하면 비교적 짧은 축이다.

하지만 큰 성과를 내놓지 못한 검찰은 딜레마 상황에 빠졌다.

짧은 시간에 제기된 의혹을 모두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정된 기간에 그룹 전반을 수사하다가 '먼지털기식 수사'라는 역풍만 불었다.

검찰 관계자는 "디지털 증거물 압수·분석에 피의자를 참관시켜야 하는 등 기업 수사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며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기존의 기업 수사 방식을 재검토할 시점"이라며 "과거처럼 '털면 나온다'는 식의 관행적 수사를 벗어나 간결하게 치고 빠지는 효율적 기법을 연구·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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