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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주말·공휴일도…12시간씩 13년간 일한 '식당노역' 할머니

갈 곳 없어 월급 요구 못 해…"그러나 식당 주인 원망스럽진 않아"

명절·주말·공휴일도…12시간씩 13년간 일한 '식당노역' 할머니
▲ '13년 식당노역' 할머니 (사진=연합뉴스)
 
"명절, 주말, 공휴일에도 식당 문을 여니까 매일 일 했지. 갈 곳 없으니 돈 달라는 소리도 못 했어."

13년간 전북 김제의 한 식당에서 월급 한 푼 받지 않고 일했던 전모(70·지적장애 3급) 할머니는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13년간 했던 고된 식당 일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했다.

전 할머니는 2003년 원래 살던 마을주민 소개로 처음 식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경찰 조사에서 식당 주인 A(65) 씨 부부는 할머니의 숙식을 제공하고 월급을 약속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할머니 이야기는 달랐다.

할머니는 식당을 소개해 준 마을주민이 했던 "숙식을 해결하는 대신 월급은 30만원을 준다"는 말을 정확히 기억했다.

전 할머니는 "분명히 처음 식당에 갈 때 월급 30만원을 약속받았다"며 "첫달 일 하고 나서 돈을 주지 않길래 왜 월급을 주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구박을 해서 다음부터는 말도 잘 못 꺼냈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동생과 간병인도 주인 A(65)씨 부부를 찾아가 밀린 월급을 달라고 했지만 부부가 거절했던 일도 할머니는 생생히 기억했다.

조그만 식당에서 할머니는 보통 아침 9시부터 저녁 장사가 끝나는 오후 9시까지 12시간에 걸쳐 청소, 설거지, 풀 뽑기 등을 했다.

A 씨 부부는 명절이나 주말, 공휴일에도 일했다.

가게 문을 닫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이렇게 13년간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다행히 동료 종업원 할머니와 가끔 일 때문에 다툰 적은 있지만, '축사 노예 사건'처럼 주인 내외가 할머니를 괴롭히거나 밥을 안 주는 등 가혹 행위를 한 적은 없었다.

할머니는 "먹는 것은 주인 부부랑 같이 먹고, 잠도 쪽방이기는 하지만 주인 부부와 안채를 나눠 생활했다"며 "특별히 주인이 괴롭히거나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 할머니는 A 씨 부부가 원망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래도 오갈 데 없는 나를 받아 준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월급을 안 주고 내가 모아 놓은 돈을 곗돈에 쓴다며 빌려 간 것은 밉다"고 답했다.

할머니는 지난 3월 위암 수술을 받고 현재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가끔 찾아오는 딸과 남동생을 보는 낙에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전 할머니는 "이제라도 딸을 찾게 돼 정말 다행이다"며 "내가 돌봐주지도 못했는데 잘 커 줘서 고맙고, 가끔 얼굴도 볼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할머니의 딸도 "20년 만에 어머니를 만났는데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어머니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곁에서 돌봐드리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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