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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로또' 유혹에…출소 3개월 만에 고래잡이 나선 선주

고래 포획으로 10개월 복역한 40대, 포경선 몰고 다시 바다로
"고래 안 잡았다" 잡아떼다가 돌고래 DNA 검출되자 "1마리 잡았다"

SBS뉴스

작성 2016.10.19 11:08 조회 재생수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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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바다의 로또 유혹에…출소 3개월 만에 고래잡이 나선 선주
7월 10일 오후, 부산시 기장군 학리항에 잠복한 울산해양경비안전서 수사관들은 9.77t짜리 어선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배의 선주 이모(43)씨는 밍크고래 4마리를 불법 포획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됐다가 올해 4월 출소한 인물이다.

울산해경은 이씨가 다시 고래잡이에 나섰다는 첩보를 입수한 터였다.

어선이 출항할 때 제출한 승선원 명단에 이씨 이름이 없었지만, 해경은 이씨가 고래잡이를 진두지휘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후 4시께 입항하던 어선은 그러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돌연 진로를 바꿔 인근 조선소로 들어가버렸다.

수사관들이 부랴부랴 조선소로 갔을 때 배에는 김모(56)씨 등 다른 선원 3명만 있었다.

이씨는 어느새 달아나고 없었다.

해경은 선박을 샅샅이 수색했다.

어선 식당 아래로 사람 한 명이 드나들 만한 크기의 통로가 드러났는데, 통로는 비밀창고와 연결돼 있었다.

창고에서는 작살 촉, 작살 촉과 연결하는 굵은 철사와 장대, 고래 해체용 칼 등 불법 어구 68점이 발견됐다.

해경은 김씨 등을 붙잡아 조사하는 한편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씨 추적에 나섰다.

고래연구센터에 의뢰해 어선 갑판과 어구에 대한 고래 DNA 분석도 병행했다.

이씨는 약 20일 후 변호사와 함께 스스로 나타났다.

그는 "어선에 탄 적이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해경의 수사에 압박감을 느낀 선원 중 한 명이 "이씨가 배에 함께 있었다"고 자백했다.

그러자 이씨는 "배는 탔지만, 고래를 잡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고래를 잡았다는 증거가 없어 수사가 덜컥거릴 때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어선에 있던 로프와 칼에서 '짧은부리참돌고래'의 DNA가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였다.

해경이 결과를 들이밀자 이씨는 "(밍크고래가 아닌)돌고래도 DNA 분석이 되느냐"고 놀라더니 이내 "돌고래 1마리를 잡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혈흔을 지우려고 락스와 세제로 갑판을 청소했지만, 어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돌고래는 DNA를 대조할 만한 유전자 정보가 없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해경에 따르면 이씨 일행은 돈이 되는 밍크고래를 찾다가 울산 앞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고래떼를 발견했다.

예행연습 삼아 던진 작살에 한 마리가 꽂혔다.

이씨 등은 돌고래를 해체해 맛이 좋다는 내장과 일부 부위를 삶아 먹고, 나머지 사체는 바다에 버렸다.

고래포획 전과가 11건이 있는 이씨는 지난해 울산과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밍크고래 4마리(시가 1억6천만원 상당)를 포획해 유통한 혐의로 구속돼 10개월을 복역했다.

올해 4월 출소한 이씨는 선원을 모집해 출소 3개월 만에 고래잡이에 나섰다가 덜미를 잡혔다.

그는 해경 조사에서 "출소 후 포항에서 대구잡이 어선을 운영했는데 손해보고 빚만 늘었다"면서 "딱 한 달만 고래를 잡아서 빚이나 갚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현철 울산해경 해상수사정보과장은 "흔히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밍크고래는 한 마리만 잡아도 수천만원을 벌 수 있어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 듯하다"면서 "고래잡이 전력자들을 담당하는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재범 방지를 위한 교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이씨와 선원 3명을 수산업법 위반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은 어선 입출항 기록을 볼 때 이씨가 돌고래 1마리 외에 다른 고래를 잡았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