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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한테서 훔친 비자금 숨기러 오셨나?"…독재자 비행기 추적

"국민한테서 훔친 비자금 숨기러 오셨나?"…독재자 비행기 추적
▲ GVA 독재자 착발 알리미 트위터계정 (사진=연합뉴스)

세계 부패 정치인과 기업인 등의 비자금 은닉처로 알려진 스위스의 제네바를 오가는 독재자들의 비행기 도착과 출발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트위터 계정(https://twitter.com/GVA_Watcher)을 스위스 탐사전문 기자가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랑수아 필레 기자가 지난 4월 선보인 '제네바국제공항 독재자 착발 알리미(GVA Dictator Alert)'는 예컨대 16일(현지시간) '한 독재자의 비행기가 제네바국제공항을 떠났다: 카타르 왕족이 이용한 A320기'라며 분 단위까지 시간을 곁들여 알려줍니다.

그 이틀 전엔 "한 독재자의 비행기가 제네바국제공항에 내렸다: 카타르 왕족이 이용한 에어버스 A319기"라고 도착 사실을 알렸습니다.

지금까지 트위터 로봇 '알리미'가 추적, 공개한 항공기 착발은 모두 100편 정도.

알제리, 앙골라,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벨라루스, 카메룬, 차드, 적도 기니, 가봉, 이란, 코트디부아르, 요르단,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리비아, 오만, 카타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정부나, 대통령, 왕족 등이 이용한 경우입니다.

북한도 "북한 정부가 이용한" `P-618: 일류신(Ilyushin) Il-62M'과 `P-885: Ilyushin Il-62M' 등 2건이 기록됐습니다.

이들의 제네바행이 모두 비자금을 스위스 은행에 숨기기 위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

제네바엔 유엔 산하 기관들과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해 20여 개가 넘는 국제기구들이 있기 때문에 정당한 외교활동을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필레 기자는 "독재자가 제네바에 좋은 일로 올 수 있다. 외교활동이나 평화회담 참석 등의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스위스는 제삼 세계 권력자들이 자국민들로부터 훔친 돈을 안심하고 숨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뉴스위크와 최근 인터뷰에서 설명했습니다.

그는 정보기술분야 전문매체 버지와 인터뷰에선 "가령 적도 기니에서 비행기가 도착할 때마다 '저자가 왜 오지? 외교활동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국민에게서 훔친 돈을 숨기려는 것인가'라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동 알리미는 현재 21개국 80여 대 항공기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필레 기자는 적도 기니의 30년 장기집권 독재자 테오도로 오비앙 은게마 음바소고 대통령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다가 한 아마추어 항공 추적자의 도움을 받아 오비앙 대통령의 잦은 제네바 출입 사실을 알고 이 알리미를 만들 생각을 했습니다.

제네바 공항을 드나드는 모든 비행기의 꼬리에 표시된 고유식별번호와 항공기 위치를 알려주는 항공관제시스템 ADS-B의 신호를 잡는 장비를 이용합니다.

필레 기자는 제네바 주변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항공기 추적자들의 자료들을 활용해 권위주의 정부들 소속으로 등록된 항공기의 제네바 공항 착발을 추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럽 전역의 다른 공항으로까지 확대할 뿐 아니라 등록번호만 확보할 수 있다면 개인용 항공기와 보트, 요트로까지 추적 대상을 넓힐 생각입니다.

그는 항공기 착발 기록만으로 독재자들이 제네바에서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비자금 은닉 확증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알지만 "개인 제트기를 타고 제네바에 도착해 몰래 오는 데 성공했다고 안심하는 순간 '잘 오셨습니다. 이제 다 알려졌습니다'라는 트윗으로 맞아주는 게 멋진 생각 아니냐"고 버지와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더구나 이를 단서로 더 깊이 취재해 들어갈 수도 있다고 그는 기대했습니다.

추적 대상 권위주의 정부는 경제 매체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발표한 167개 국가별 '민주주의 지표' 기준에 따라 선정됐습니다.

GVA 알리미는 자신들의 항공기 추적 활동 확대를 위해 항공기 등록번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세계 네티즌에게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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