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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사람이 죽어간다는데…전화 끊어버린 911 교환원

[월드리포트] 사람이 죽어간다는데…전화 끊어버린 911 교환원
▲ 휴스턴 911 콜센터 (사진=CNN)
 
미국 텍사스 주에 사는 버스터 펜들리 씨는 급하게 911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부인이 폐에 응고된 혈전이 들어오면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겁니다. “집 사람이 숨을 가쁘게 몰아 쉬는데 맥박이 거의 없었어요.” 펜들리 씨는 한 손으로 아내의 심장을 계속 누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911에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상황 설명하는 펜들리 씨 (사진=CNN)
“911의 크렌샨다 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펜들리씨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외쳤습니다. “아내가 정신을 잃었어요. 구급차를 빨리 보내주세요.” 그런데 그 순간 “그래요?” 그러더니 전화가 뚝 끊겼습니다. 장소가 어디인지, 부인의 상태가 어떤지는 묻지도 않은 채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 겁니다.

펜들리씨는 다시 911에 전화를 걸었고 이번에는 다른 교환원의 도움으로 구급차가 달려왔습니다. 펜들리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화가 치밉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911 교환원이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릴 수가 있나요?”   
펜들리 부부 인터뷰 장면 (사진=CNN)
비슷한 시기, 역시 휴스턴에 사는 후아 리씨는 밤 8시쯤 911에 급하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복권을 사려고 편의점으로 향하던 중, 편의점 안에서 누군가 “강도야!”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뒤 대여섯 발의 총성이 울렸던 겁니다. 리 씨는 급히 발길을 돌려 자신의 차로 되돌아와 현장을 벗어나면서 911에 신고했습니다.
강도 사건 일어난 편의점 (사진=CNN)
“지금 편의점에 강도가 들었고 총성이 울렸어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뚜.뚜.뚜.뚜~” 전화가 끊겼습니다. 리 씨는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휴스턴 911입니다.” 여성 목소리였습니다. “지금 누군가 강도를 당했어요.” 리 씨가 다급하게 외치는데 911 교환원은 중간에 말을 끊더니 “의료팀이 필요합니까? 경찰이나 소방대가 필요합니까?” 라며 퉁명스럽게 되물었습니다. “강도라니까요~” 리 씨가 답답함에 목청을 높이자 또 다시 “뚜.뚜.뚜.뚜.뚜~”
  
리 씨는 포기하지 않고 또 다시 911에 전화를 걸었고, 이번에는 다른 교환원과 연결돼 자기가 목격한 범죄 사건을 신고했습니다. 경찰과 구급대가 사건 현장인 편의점에 도착했을 때는 편의점 주인은 이미 총을 맞고 숨진 뒤였습니다. 피살된 주인은 네 자녀를 둔 아버지이자 곧 첫 손주를 보게 될 할아버지였습니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더라도 살려낼 수 있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편의점 문 앞에 폴리스 라인 쳐 있는 장면 (사진=CNN)
휴스턴 911 콜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교환원이 도중에 전화를 끊어버리는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한 사람은 펜들리 씨나 리 씨뿐이 아니었습니다. 문제의 교환원은 43살 크렌샨다 윌리엄스로 밝혀졌습니다. 사실 윌리엄스의 이런 황당한 행위들이 밝혀지게 된 것은 내부 감사에서였습니다. 감독관이 신고 통화 기록을 감사하던 중 통화의 상당 수가 20초가 채 되지 않았던 겁니다.
크렌샨다 윌리엄스 (사진=CNN)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윌리엄스가 받은 통화 기록 수 천 건을 조사한 결과 이렇게 불과 몇 십 초 사이에 통화가 끝난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윌리엄스는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윌리엄스가 신고 전화를 중도에 끊어버리는 바람에 절박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 사례들이 속속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윌리엄스는 도대체 왜 신고 전화를 중도에 일방적으로 끊었던 걸까요? “그 때는 누구와도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윌리엄스가 경찰에서 한 진술입니다. 윌리엄스는 다음 주 첫 재판을 받게 됩니다.
 
(사진=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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