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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묻지마 애국심은 어떻게 고취되는가?

[칼럼] 묻지마 애국심은 어떻게 고취되는가?
중국 어선들의 한국 해역에서 불법 조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한·중 양국간의 마찰도 적지 않았는데 최근 마침내 사달이 났다. 10월 7일 서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이를 단속하던 한국 해경 고속단정에 고의로 돌진해 침몰시킨 것이다.
서해상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을 단속하는 해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정부는 해경정 침몰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한국 정부가 중국 불법 조업어선에 대한 강경 대응을 밝히자 이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중국인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과격 행위와 수단을 취하면 안된다”며 적반하장으로 맞섰다.

환구시보(環球時報)같은 중국 관영 언론들은 한 술 더 떴다. ‘한국 정부가 미쳤나’ 같은 과격 표현을 서슴지 않았고 ‘사회적 약자인 중국 어민의 생계를 위협하지 말라’는 등의 궤변까지 늘어놨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좌), 환구시보(環球時報)의 문제의 보도(우)

기자가 가족과 함께 중국에서 어학 연수할 때의 일이다. 아이들도 중국 현지의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어느 날 우연히 초등학교 교과서를 내용을 한 대목 보게 됐다. 미국에 유학간 중국 학생에 대한 에피소드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중국 학생이 매우 똑똑했던 지 미국에 남으라는 미국측의 제안을 받고 “조국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개혁개방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유학을 허용하면서 매년 100명 이상의 유학파를 귀국시킨다는 ‘백인 계획’을 세웠다. ‘백인 계획’은 ‘천인 계획’으로 확대됐고 이는 큰 성과를 거뒀다. 개혁개방 이후 2015년 말까지 404만명이 해외로 유학을 나갔는데 이 가운데 반이 훨씬 넘는 222만명이 귀국했다. 2015년 한 해만 해외 유학파의 귀국율이 78.1%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이들 해외유학 귀국파들은 중국이 G2로 우뚝 서는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독보적인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를 창업해 손꼽히는 거부가 된 리옌훙(李彦宏.48세)회장이다.
中 실리콘밸리 ‘중관춘’(좌), 中 포털 ‘바이두’ 리옌훙 회장(우)

한국은 어떤가?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이공계 박사는 2006년 5,396명, 2008년 6,190명, 2010년 8,080명, 2013년 8,931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3년 미국 과학재단(NSF)의 박사학위수여자조사(SED)에서 한국인 박사 학위자 59.1%가 학위를 끝내고 미국에 머물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는 대조적이다.

중국도 개혁, 개방 이전에는 유학은 바로 이민을 의미했다. 유학을 끝내고 귀국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다. 파격적 혜택과 대우 등 해외유학 귀국파가 급증한 이유를 찾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중국어선 불법 조업을 둘러싼 중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애국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중국인은 어디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어떤 어려움에 빠져도 반드시 지켜줄 터이니 믿고 따르라는 애국심의 고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와 언론들이 상식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말도 되지 않는 행동을 한 중국 어민들을 목소리 높여 두둔하는, 기도 차지 않는 황당함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닐까? 외교적 관례, 실리적 타산 등 복잡한 셈법을 모두 배제하고 말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중국의 막무가내 반발에 분노를 느끼면서 동시에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기자 혼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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