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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한 그릇의 위로…서민 달래준 '라면'

<앵커>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라면입니다. 이 라면이 나온 지 딱 30년이 됐는데, 그동안 280억 개, 10조 6천억 원어치나 팔렸습니다. 지금까지 팔린 라면의 면발을 모두 이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5번이나 왕복할 수 있다고 하니 엄청난 양이죠.

출출함을 달래준 라면의 역사를 최우철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1984년부터 라면 전문점으로 신촌을 지켜온 분식집.

80년대 민주화를 위한 시위 와중에도 학생과 경찰이 이곳에선 종종 싸움을 멈췄습니다.

[김미임/32년째 라면전문점 운영 : (통행금지라) 깜깜하게 해 놓고 촛불 켜놔도 (학생들이) 몰려오고, 전경들도 앞에서 차 대놓고 도시락이 오는데도 라면 시켜서 먹고….]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라면 한 그릇으로 삶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손님이 나중에 와서) 학생 때 라면을 먹고 도망을 갔대요. 먹고 도망을 갔다고, 돈을 더 내놓고 가는 거예요.]

경제 성장기, 라면은 우리 국민을 뛰게 하는 응원가였습니다.

[1989년 : 큰사발 먹고 큰일 해야지!]

때로는 어려움을 달래주는 '위로곡'이었습니다.

[1998년 IMF 사태 직후 : 다시 시작하는 지금, 우리 곁엔 변함없이….]

지난 6월,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19살 청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그 청년에게 다 같이 미안하다 말하는 건 그가 남긴 컵라면 한 개 때문이었습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은 줄었지만, 우리 사회에 배려해야 할 경제적 약자가 여전히 많다는 걸 라면을 통해 깨달은 겁니다.

[한전기/건물 경비·청소, 대리운전 : 밤엔 춥고, 밖에서 일하다 보니까.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면 라면을 주로 많이 먹는 편이죠.]

우리나라 사람은 1년에 평균 76개의 라면을 먹습니다.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조 원이 넘습니다.

이런 오랜 사랑 덕분에 국내 업체들은 굵은 면발에 갖가지 요리까지 접목한 이른바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하게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라면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100여 개 국가에 한해 2천3백억 원 넘게 수출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하성원, VJ :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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