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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글리 어메리칸…어글리 차이니즈

[취재파일] 어글리 어메리칸…어글리 차이니즈
중국 건국일인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번 황금연휴 (10월 1일~7일)기간 내 예상되는 중국 국내외 관광 수요가 무려 6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중국과 다른 나라 관광업계간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여행에 나서는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는 5백 90만 명, 이들의 소비 규모는 우리 돈 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커들이 선호하는 해외 관광지로는 한국, 일본, 러시아, 미국, 동남아 등이 꼽혔다고 중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 한국을 방문한 중국 유커들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해 각국이 특색 있는 관광 상품을 내놓는 등 유커들의 이목을 잡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중국인 관광객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유커 환영 행사, 할인 행사 등 다양한 유인 책을 마련했다. 이번 국경절 동안 우리나라를 찾는 유커는 지난해의 20만 명 보다 늘어난 25만 명 정도, 유커 1인당 평균 소비액도 지난해 2백 50만원 수준을 다소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국경절 기간 방한 중국인 관광객 추이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제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로까지 등장했지만, 정작 유커들은 해외 각국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떼로 몰려 다니면서 아무 곳에나 침 뱉고 담배 피고 쓰레기 버리고 심지어는 방뇨까지 하는 사람이 있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식 밖의 행동과 에티켓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주변을 고려하지 않는 시끄러운 대화와 막무가내 싹쓸이 쇼핑으로도 악명이 높다. 여기저기서 ‘어글리 차이니즈’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까지 해외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추태로 ‘어글리 코리언’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 이전에는 일본이 그랬다. 일본 경제가 상종가였을 때 일본인들이 이코노믹 애니멀 (economic animal)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섹스 관광, 기생 관광을 하고 다녔을 때였다.
 
그런데 이런 추태 관광의 원조는 전혀 뜻밖에 미국이란다. 1950년대 유럽과 남미에서 미국 관광객이라고 하면 시끄럽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비 문명인의 대명사였다는 것이다. 얼마나 심했으면 ‘어글리 아메리칸’이라는 책과 영화까지 나올 정도였을까.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중국 하면 자주 감지 않아 떡 진 머리, 여름에 웃통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시끄러운 대화 등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중국인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나름 이유가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웃통을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중국인들
 
중국, 특히 베이징은 물이 부족하고 서민들의 삶이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샤워 등 씻기가 여의치 않은 데다 여름에는 덥긴 하지만 건조해 시간이 좀 지나면 땀이 금세 말라 굳이 씻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어는 4개의 성조로 이뤄져 있는데 기준이 되는 1성의 음이 제일 높다. 중국말이 크고 시끄럽게 들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든 설명이었다.
 
미국, 일본, 우리나라가 그랬듯이 중국도 경제가 더 발전하고 외국 물도 계속 먹게 되면 이런 추태들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중국도 범 정부 차원에서 소위 ‘문명 시민’을 위한 의식 개혁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쇼핑할 때 중국말로 하면 더 대접 받는다는 말도 있다. 어쩌겠는가. 추태를 부려도 돈을 펑펑 쓰고 간다니 좀 무례해도 당분간 참아야 실리가 있지 않을까? 양국간 국민 감정이 악화돼 한국을 찾지 않게 되면 우리만 손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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