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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왜 철도노조 파업만 불법일까?

파업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

[취재파일] 왜 철도노조 파업만 불법일까?
“국민 여러분들의 불편을 외면하고, 불법적인 파업을 계속해 나갈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계획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힙니다(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국토교통부 입장)”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걸고 파업을 벌인 공공기관 16곳 가운데 정부가 ‘불법’이라고 지목한 건 철도노조가 유일하다. 왜 다른 공공기관 파업은 합법이고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일까?

● 권리분쟁이냐 이익분쟁이냐

“철도노조는 개정된 보수규정의 철회를 주장하며 그 효력을 다투는 사법적 판단에 관한 사항(권리분쟁)으로 목적상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 파업을 진행(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입장)”

여기서 잠깐 노동용어사전.

<노사관계의 분쟁에는 1. 법령이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의해 이미 확정된 권리의 해석, 적용, 준수 등을 둘러싼 권리분쟁과 2. 장차 노사합의를 통해 권리화될 것이 기대되는 이익에 관한 분쟁, 즉 이익분쟁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행법상 근로조건에 관한 ‘이익분쟁’만이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정당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코레일의 주장은 이렇다. 코레일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미 성과연봉제와 관련된 보수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에 ‘이미 확정된’ 보수규정 개정이 효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이익분쟁’이 아니라 ‘권리분쟁’에 해당돼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임단협 과정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가 논의됐다면 다른 공공기관들처럼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코레일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도노조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 4월 코레일이 단체협약에 근거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안건으로 하는 보충교섭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코레일도 성과연봉제를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봤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두 차례 교섭 후에 코레일은 보충교섭을 중단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수규정 개정을 이사회에서 의결해 버렸다. 이익분쟁으로 보고 노사 양측이 협의하다가 갑자기 이사회가 의결했다며 권리분쟁 대상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논리다.

이사회 결의로 도입한 성과연봉제의 성격도 양측 주장이 맞선다. 코레일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보수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공공기관 이사회가 근로기준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회 결의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이런 결의에 의해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노동관계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의 성격

철도노조는 교섭 재개를 촉구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고 6월29일 중앙노동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조정안을 제시한다.

1. 16.5.30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과 관련하여 개정한 보수규정의 효력 유무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에 따른다. 다만, 이를 계기로 실근로시간의 단축, 휴가사용의 확대 등 근로조건의 개선을 이루도록 노력한다.
2. 사용자는 성과연봉제 평가결과와 해고문제를 연계시키지 않는다
3. 노사는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공정한 평가시스템 등을 성실히 논의하여 마련한다.


이 조정안을 사측은 수락했지만, 노조는 거부해 조정이 ‘불성립’된다.

● 형식이냐 내용이냐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불성립'을 거치면 절차상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중노위가 이 사안을 권리분쟁으로 봤다면 행정지도를 했어야 한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조정안을 낼 게 아니라 ‘소송 등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중노위가 행정지도를 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중노위 ‘조정 불성립’이 절차상 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용부는 형식보다 실질을 봐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온다. 중노위 조정안 자체에 “보수규정의 효력 유무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권리분쟁이 맞다는 주장이다.

이번 파업이 권리분쟁인지 이익분쟁인지, 또 쟁의행위(파업)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는지 못 갖췄는지에 대해 노사 양측의 관점이 첨예하게 맞선다. 그런데 고용부는 권리분쟁인지, 이익분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노사가 성과연봉제를 임단협과 연계해 제대로 논의했는가’라는 형식적 엄격함을 따지면서 파업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는 ‘조정 불성립’이라는 형식보다는 조정안의 내용을 따지고 있다.

철도 노조 파업
● 왜 철도노조만 불법일까?

서울 양대 지하철노조와 서울시의 합의와 파업 종료 후 정부 관계자의 반응은 한마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이다.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원래부터 주력인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동조파업의 성격이었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는 음모론마저 제기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주력인 철도노조 파업의 불법성 여부에 집착했다는 얘기다. 주력 부대의 명분을 꺾어놔야 하는 법이니까.

● 파업을 바라보는 관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파업에 대해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파업은 해도 너무한 집단 이기주의이며 국민의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이 시작되고 여러 카메라 기자들이 취합한 시민들의 인터뷰를 들어봤다. 물론 이런 반응들이 있다.

“제 시간에 가야 하는데 안 되니까 불편함도 많고...”(지하철 택배 할아버지)

지하철 주로 이용하는 것은 돈이 없는 서민들이잖아요. 늦게 끝나서 집에 갈 때 지하철이 너무 혼잡하잖아요(50대 여성)”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죠. 자기네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잖아요. 우리 시민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잖아요.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파업하는 거잖아요(50대 여성)”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가, 의심스럽네요(60대 남성)”


그런데 이런 반응도 꽤 있다.

“시민들이 지하철을 아예 못 타는 게 아니라 탈 수 있잖아요. 노조에서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별다른 큰 불편함은 없는 것 같아요”(김지연)

“파업한다고 하니까 창구에서 끊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핸드폰으로 예매했어요. 어려움은 딱히 없었습니다. 파업은 각자의 입장이 있는 것이니까 존중합니다. 미리 이야기를 하고 (파업을) 하면 대비를 할 수 있으니까 괜찮은데...”(성창민, 무궁화호 열차 이용자)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파업을 한다는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사 합의사항이, 합의가 안 됐기 때문에 파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좀 불편하더라도 시민으로서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조를 전부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인 윤곽에서 보면 내가 불편하더라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원일)

“의미가 있는 파업이라고 하니까 불편하더라도 감수를 해야 되지 않나...조금 대기시간이 길어진 건 있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아요. 빨리 중재가 돼서 해결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기는 하겠죠”(김효진)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변화였다. 아무리 좋은 명분이라도 설득되지 않고 강요된다고 느낄 때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국민의 손가락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부총리가 단정적으로 얘기할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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