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속에 대기하던 교육부 간부들은 여당이 빠진 반쪽 국감에서 종일 야당의원들의 정치공세에 혼쭐이 났습니다. 여야의 극한대치로 미뤄졌던 국정감사가 장소를 바꿔 사흘만에 진행됐지만 정작 국정감사의 핵심인 중요한 정책 현안은 실종됐습니다. 야당 정치공세의 초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야권이 정권 실세의혹으로 지목한 최순실씨 딸 이대 특혜 입학과 학점취득 의혹과 집필중인 역사 국정교과서 원고본 공개요구.
역사 국정교과서 원고본 공개요구도 끈질겼습니다. 장관은 파장을 우려해 지금은 공개할 시기가 아니라고 버텼습니다. 최종 검토본이 나오면 그때 공개하겠다고 하자 공개불가 소명서를 내라고 압박했습니다. 한 의원은 10분 가까이 장관에게 문제를 풀어보라며 수학교과서가 너무 어렵다고 추궁하다가 “이러니까 교과서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느닷없이 역사 교과서 원고본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대 학칙변경 의혹을 제기하다 전국 대학의 학칙을 모두 제출하라는 의원의 즉석 자료요구 발언이 나오자 모니터로 지켜보던 50여명의 감사장밖 공무원들은 세종청사와 연락하며 부랴부랴 자료를 만드느라 허둥댔습니다. 조용히 감사장을 지키던 안철수 의원은 교육부를 해체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간간이 지진대책이나 부실대학 평가 등 정책 현안관련 질의가 나오기도 했으나 감사는 결국은 똑같은 정치공세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국정 감사장 증인으로 참석한 장관 등 공무원들도 소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저자세로 준비된 답변만 되풀이하거나 현황파악을 못해 허둥대는 모습도 여전했습니다. 무소불위의 입법 권력 앞에 공무원들은 전전긍긍했습니다. 정책감사는 실종되고 행정은 마비됐습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까지 감사는 계속됐지만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고압적 자세, 정치공세는 여전했습니다. 감사장밖 국회 현관 앞에서는 국회의장 퇴진을 요구하는 여당집회로 어수선했습니다. 극한 대치가 일상화된 국회. 1988년말 정치부 기자로 국정감사를 지켜본 이후 30년 가까이 시간은 흘렀지만 정책현안이 실종된 국정감사는 똑같았습니다. 변화를 기대한 20대 국회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국감풍경에 씁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