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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영란법으로 성장률 추락?…고민에 빠진 한국은행

"성공신화를 만드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몫"

[칼럼] 김영란법으로 성장률 추락?…고민에 빠진 한국은행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9월28일 한국의 경제현장을 조사해 전망치를 내는 한국은행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다음달 13일 내년과 후년 경제전망치를 추정해 발표해야 하는데, ‘김영란법‘이 발효하면서 그 파장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 지 이른바 ’멘붕‘이다.

한국은행이 제일 고민하는 부분은 물가와 성장률이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1%대에 머물고 있는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자칫 소비가 갑자기 주는 ‘소비절벽’이 나나타면 물가가 너무 낮아져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률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올 상반기로 자동차의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고 있고,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일자리도 걱정이다. 가계부채가 부풀어 오른 가운데 가뜩이나 많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어들면 금융기관들이 빌려준 돈이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김영란법의 파장,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발표한 ‘김영란법의 경제적 손실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 음식점과 골프장, 선물 분야에서 연간 11조5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적인 충격을 줄이려면 음식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규정의 상향 조정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일단 김영란 법이 물가나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가에 포함되는 외식비 품목은 김치찌개, 불고기, 짜장면 등 대중적인 상품으로 김영란법으로 규제되는 3만원 이상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영란법이 직접 영향을 미칠 고가 음식 접대나 선물, 경조사비의 경우 주로 기업들이 법인 카드로 지출하는 분야로 국세청이 집계한 연간 법인 접대비가 9조 원 수준인 만큼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정은 너무 과장됐다는 판단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고가 음식이나 선물의 매출이 줄더라도 그 줄어든 부분이 다른 분야에 쓰여 전체적인 손실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의 접대비가 줄면 그 줄어든 부분이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 다른 분야에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의 파장이 예상외로 클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서울시내 중심가에 있는 플라자, 롯데, 조선호텔이나 고급음식점의 경우 매출이 30-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외부 인사를 만날 때 1인당 경비는 점심의 경우 최소한 5만원, 저녁의 경우 10만 원이 넘는다. 이 비용이 3만원으로 제한돼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외식업소의 비용은 임대료가 30%, 인건비가 30%, 재료비가 30%인데, 매출이 줄면서 부동산 경기는 물론 물가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골프장 캐디나 음식점 서비스 요원들의 일자리도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상가나 결혼식장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경우 접대비 한도를 적용받지 않지만, 조화나 축하 화환을 포함해 1인당 경조사비가 10만원으로 제한돼 관련업체의 어려움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전망, 2016.07
한국은행도 김영란 법의 파장에 대해 내심 걱정하고 있다. 우리경제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로 크지 않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지만, 1인당 접대비 한도 규제로 고가품에서 시작된 가격 하락의 여파가 어떻게 연쇄 작용을 일으킬 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가 1%, 성장률 2%라는 저물가 저성장의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현장 한 모퉁이에서 시작될 자그만 부정적인 변화도 그 파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김영란법의 경제적 파장’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 봤지만, 그 예측의 정확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내부 자료로만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난 뒤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김영란법이 단기적으로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경제현장에서의 투명성 제고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2012년 5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의뢰로 실시한 ‘부패와 경제성장’이라는 용역보고서에서 한국의 청렴도가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0.65%P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오늘부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한국은행도 아무도 해보지 않은 우리경제의 미래를 추정하느라 여념이 없다. 미래를 추정할 과거 데이터가 없는 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국세청의 법인카드 지출 기록을 단서로 앞으로 접대문화와 소비행태가 어떻게 변할지 흐름을 가늠하고 있지만 너무나 불확실성이 커서 숫자로 만들어 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에 따라 각종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우리경제에 단기적인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국가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성장잠재력도 향상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 경제 전문가는 “압축 성장을 해온 우리사회는 공정한 원칙에 의한 경쟁과 분배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사회적 신뢰가 낮고, 복지와 분배 문제 등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 김영란법의 취지가 사회 전반에 침투해 국가사회 운영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성공신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몫이 됐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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