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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저타르 담배' 라더니…타르 최대 95배 초과

[취재파일] '저타르 담배' 라더니…타르 최대 95배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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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해로운 담배를 끊어야하지만 어쩔 수 없이 피우게 되는 경우 흡연자들이 많이 찾는 게 일명 ‘저타르 담배’입니다. 시중 소매점에는 담배갑에 0.1, 0.5 이라는 숫자가 적힌 담배를 판매하는데 이게 바로 저타르 담배입니다. 의미는 타르 함량(흡입량)이 개비당 0.1mg, 0.5mg로 일반 담배에 비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타르 함량이 일반 담배(개피당 4.3~5.8mg)에 비해 낮은 이유가 측정방법에 있기 때문입니다.
담배갑에 0.1, 0.5 숫자를 넣은 ‘저타르 담배’

저타르 담배에서 입에 무는 쪽을 자세히 보면 끝부분에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일명 ‘천공’이라 부르는데 저타르 담배의 원리는 바로 이 천공에 있습니다. 담배를 빨 때 이 천공을 통해서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데, 이렇게 되면 담배 속에 있는 유해물질 흡입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담배회사들은 국제표준인 'ISO 4387, 10315'라는 연기성분 측정방식을 기준으로 천공을 열고 타르 흡입량을 측정합니다. 문제는 천공을 열고 측정하는 방식 자체에 있습니다.
담배에 뚫려 있는 미세한 구멍, 일명 '천공'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때 이 천공은 대부분 막히게 됩니다. 천공의 위치가 입에 무는 쪽의 끝 부분에 있다 보니 담배를 빨 때 입술로 덮이거나 천공 부분이 입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외부 공기가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되는 셈입니다. 흡연자들은 “천공을 공기에 노출시키기 위해 담배 끝만 물고 피게 되면 잘 안 빨려 연기가 덜 날뿐더러 맛이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래서 담배 맛을 보기 위해서는 결국 담배를 깊숙이 물게 된다고 말합니다. 타르 수치를 낮추기 위해 만든 천공이 흡연자들의 흡연 습관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겁니다.
'천공‘을 열고 담배를 피우면 타르 흡입량이 낮아진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의 도움을 얻어 시중에 판매되는 저타르 담배 5종을 가지고 공인 기관인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에쎄수 0.1mg, 에쎄수 0.5mg, 더원 0.1mg, 더원 0.5mg, 던힐파인컷 0.1mg 이렇게 국내외 5종의 저타르 담배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천공을 열고 흡입했을 때 타르양은 담배회사들이 담배갑에 표시한 것처럼 0.11mg~0.63mg으로 높지 않았습니다. 오차를 감안하면 대부분 표시된 기준치를 충족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천공을 막고 실험해보니 이 수치가 14배~95배나 높아졌습니다. 타르 수치가 가장 높아진 저타르 담배는 에쎄수 0.1mg으로 타르가 무려 9.52mg이나 검출됐습니다. 다시 말해 이 담배의 천공을 막고 피우게 되면 표시된 기준치보다 95배의 타르를 흡입하게 되는 겁니다.
‘천공’을 막고 측정하니..실제 타르 흡입량이 최대 95배
고체 성분을 태울 때 나오는 진액을 타르라고 통칭합니다. 한 가지 성분이 아니고 많은 독성 물질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이 타르에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이 뒤섞여 있습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금연지원센터장은 “저타르 담배를 피게 되면 더 자주, 더 깊게 빨게 된다. 그래서 결국은 저타르 담배나 고타르 담배나 거의 큰 차이 없이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이 들어 온다”고 경고했습니다. 서 센터장은 특히 저타르 담배를 피운 사람과 일반 담배를 피운 사람들의 폐암 발생률을 비교해보니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은 저타르 담배가 건강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담배회사들은 왜 저타르 담배를 만드는 걸까요? KT&G 집계를 보면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 판매량은 2011년 10억8천319만갑에서 2014년 13억4천17만갑으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전체 담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엔 49.2%로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흡연자들이 저타르 담배를 선호한다는 얘기일 텐데, 왜 저타르 담배를 피우는 지는 흡연자들이 더 잘 알겁니다. 맛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건강을 염려해서 일겁니다. 
실제 시판중인 저타르 담배
보건복지위 소속인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담배회사들이 저타르 담배의 표시 기준치보다 실제 흡입량이 더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에게 덜 해로운 것처럼 속이고 있다”며 “담배갑에 정확한 흡입량을 표기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적어도 흡연자들의 흡연 습관을 반영해 표기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흡연자들이 끝만 물고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데 끝만 물고 피우는 것을 가정해서 타르 수치를 낮춘 건 아무리 국제표준 측정법이라해도 흡연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차제에 보건복지부도 이런 사실을 명확히 알고 저타르 담배의 표시 기준을 바꾸거나 천공의 위치를 아래로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적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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