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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사도우미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중국에서 내국인들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정부)를 채용할 수 없다. 불법이다. 규정을 위반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사람은 최고 10만 위안(우리 돈 1천8백여만 원), 직업소개소는 9천위안(약 9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해당 외국인은 최고 징역 15일이나 5년간 입국 금지를 당할 수 있다. 홍콩은 예외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느슨한 법 집행 때문에 중국에서 외국인, 특히 필리핀 출신의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하는 가정이 크게 늘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발달한 도시에서 시작돼 중국 내 다른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의 야경
중국 부모들이 집안 일 보조뿐만 아니라 자녀의 영어 능력을 늘리기 위해 필리핀 가사도우미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대도시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급여는 중국 보모의 2배나 되고,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합법인 홍콩보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필리핀 가사도우미 월급은 8천 위안(약 130만 원)~1만위안(약 160만 원)으로 홍콩 최저임금인 4천2백여 홍콩달러(63만여 원)보다 50%~60%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공휴일 홍콩의 공원에 모여 교제를 나누며 쉬고 있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들
필리핀 정부가 중국에서 불법으로 취업한 필리핀 국적 가사도우미 20만 명을 합법화 해주도록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실베스트레 벨로 필리핀 노동고용부 장관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더 많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채용할 가능성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공산화된 중국이 죽의 장막을 스스로 걷어내고 국제사회에 다시 등장한 이후 경제 발전을 거듭하면서 각 분야에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중국어 인기도 상한가다. 집안 일을 돌보게 하고 자녀에게 중국어도 가르치는 일석이조의 효과 때문인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중국인 가사도우미가 큰 인기를 끈 지 한 참됐다.

이처럼 가사도우미를 수출했던 중국이 이제 살만 해지니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수입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기자가 중국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한 중국인 지식인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외국인들이 중국인들에게 발 마사지 받고 중국 여자들의 시중을 받으며 술을 마시지만, 중국인들이 외국인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발 마사지를 받고 술을 마시는 날이 곧 올 것이다.’

그 때는 그런 날이 언제 오랴 생각했지만……세상은 생각한 것 보다 빨리 변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발마사지 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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