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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억'소리 나는 외제차 수리비…곡소리 나는 운전자

[리포트+] '억'소리 나는 외제차 수리비…곡소리 나는 운전자
국산차vs외제차 운전자 별 과실비율
서울 여의도에서 손님을 찾아 배회하던 택시기사 이 모 씨. 순간 ‘쿵’ 굉음과 함께 충격을 받고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수입 스포츠카가 택시 뒷범퍼를 들이박은 것이었죠. 스포츠카 운전자가 차선을 변경하다가 일어난 접촉사고였습니다.

스포츠카 운전자는 자기 과실을 인정했고, ‘스포츠카 90%·쏘나타 택시 10%’이라는 과실비율이 나왔습니다.

적은 과실에 안심하던 택시기사는 그 후 보험사로부터 믿기 힘든 고지를 받습니다.

스포츠카 수리비 총 7억 2천만 원 중 과실비율 10%에 해당하는 7천만 원을 택시기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정작 자신의 쏘나타 택시 수리비는 170만 원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당시 가해 차량은 시가만 20억 원에 달하는 람보르기니 수퍼카였습니다.
 
자동차 보험료
이 이야기는 3년 전, 과실이 거의 없었는데도 엄청난 수리비를 부담해야 했던 택시기사 사연으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었죠.
 
[ 이 모 씨/ 쏘나타 택시 운전자 ]
“생각할수록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과실이 거의 없고, 피해자는 누가 봐도 저인데… 수입차라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수리비를 물어야 하니 황당하고 억울할 뿐입니다.”

이제는 스치기만 해도 ‘억’소리 나는 수입차가 많아지다 보니, 운전 도중 비싼 수입차가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게 현실입니다.

● 과실이 많든 적든… 수리비 폭탄

여러분은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대물배상 금액이 얼마인가요?

현행법상 대물배상 의무보험금은 현재 2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에 안심하는 국내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고가의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수리비가 2천만 원을 넘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해 자동차보험 전체 가입자 가운데 2억 원 이상의 대물 보험 가입 비중은 72.5%에 달합니다.
 
[ 2억원 이상 대물배상 가입금액 가입현황 ] (단위: 만대, %)
- 2010 (379명/29.0%)   - 2011 (293명/23.0%)
   - 2012 (379명/29.0%)   - 2013 (487명/36.3%)   
- 2014 (599명/43.1%)   - 2015 (702명/48.1%)

최근 국회에서는 고가의 수입 차량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 범위를 1억 원까지로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1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부담을 면제하자는 내용입니다. 

시가 2억 원의 고가차량과 저가차량이 7대 3의 과실로 추돌해 고가차량이 폐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가정해볼까요?

현행법대로면 30% 과실인 저가차량 운전자에게 6천만 원의 손해배상액이 청구되죠. 

그러나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고가차량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은 1억 원까지로 제한되고, 그에 따른 청구가능 손해배상액도 최대 3천만 원으로 낮아집니다.

법안을 두고 수입차와 국산차 운전자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산차 운전자들은 수리비 부담이 줄기 때문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입차 운전자들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합니다.
 
[ 수입차 운전자 ]
“저희가 국산차보다 보험료랑 세금도 훨씬 많이 내고 있는데, 수리비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 '부르는 게 값' 수리비 현실화 시급

전문가들은 보험 부담의 형평성을 따지기보다,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싼 외제차 수리비를 현실화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2016년 상반기 평균 수리비
올해 상반기 수입차와 국산차의 평균 수리비는 약 4배 차이 납니다.
 
[ 2016년 상반기 평균 수리비 ]
외제차 (400만 원) VS 국산차 (130만 원)
(자료=보험개발원)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수입차 수리비는 2012년 5,250억 원, 2013년 6,778억 원, 2014년 7,858억 원으로 해마다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치솟는 수입차 수리비의 주범은 바로 '부품'입니다. 비슷한 부품인데도 수입차 부품이 국산차보다 4배 이상 비싼데다, 공임비에 대한 적정 기준이 없어서 업체마다 부르는 게 값입니다. 
 
[ 보험업계 관계자 ]
“수입차는 부품 조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비업체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수리하는 데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대체 부품이 부족한 데다 유통구조도 불투명해 수리비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수입차 부품의 거품을 잡으려면 정부가 적극 개입해 표준공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저렴한 대체부품 활성화도 과제로 꼽힙니다.
 
[ 김필수 / 대림대 교수 ]
“정부가 도입하려 한 대체품 제도가 디자인 저작권 문제 등에 걸려 아직까지 활성화 안 되고 개점 휴업상태인데, 이런 부분도 정부가 앞장 서서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억' 소리 나는 수입차 수리비 때문에 비싼 보험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요?

(기획구성 : 임태우, 김미화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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