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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영란법 비웃는 대선 인맥주

[칼럼] 김영란법 비웃는 대선 인맥주
언제 폭염이었냐는 듯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이 서늘하다. 기세등등했던 폭염도 가을 손님 단풍의 발길까지는 막지 못해 산자락마다 벌써 울긋불긋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 단풍처럼 정치의 계절을 알려주는 전령사도 있는데 다름 아닌 주식시장의 정치 테마주 바람이다.
 
총선 때 반짝 활개 쳤던 정치 테마주들이 이제 대선 테마주로 타이틀을 바꿔달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실 선거 때마다 늘 그랬던 일이어서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다르려니 했던 부분은 테마주 중에서도 인맥주 바람이다. 인맥에 기댄 부정 청탁을 없애자는 김영란법과 인맥의 기대효과를 노리는 대선 인맥주는 누가 봐도 어울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주식시장은 마치 김영란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 때보다 더 인맥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대선 인맥주 'ㅍ'사를 보자. 이달 8일 2085원이던 주가가 상한가 행진을 하며 9거래일 만에 1만1천 원을 넘어섰다. 거의 로또 수준의 수익인 셈이다. 올 들어 2분기 동안 당기 순이익이 적자인 이 회사의 급등 원인은 유력 대권 주자로 오르내리는 반기문 총장의 인맥주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인맥이라는 게 참으로 황당할 정도다. 반 총장의 사촌으로 알려진 사람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이 회사 지분 10%를 갖고 있다는 게 인맥주의 근거다.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중견기업도 회사 대표가 대선 주자와 함께 찍은 사진 2장 때문에 인맥주로 분류가 됐고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등의 학연, 지연이 대선 주자들과 엮이는데 활용되고 있다.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인연들을 내세워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대선 인맥주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미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정치 테마주 15개의 거래량이 전체 코스닥 시장 거래량의 30%를 넘었다고 한다. 벌써부터 이런 상황인데 내년 본격 대선국면에 들어가면 얼마나 더 기승을 부릴 지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작전세력이나 큰 손들이 주가 흐름을 조작하는 거여서 급등락에 따른 피해가 클 수 있다."
"대선이 끝나면 결국 주가가 반토막이 나서 개인투자자들만 손해를 본다"

언론에서 제기했던 이런 경고들은 나중에 다 사실로 확인됐다. 인맥주 타이틀로 급등했던 한 회사의 주가가 이달 들어서만 1/3토막으로 떨어진 경우도 있고 지난 대선 당시 급등했던 정치인 테마주들의 주가가 대선 이후 결구 반 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하는 이유는 과거에 테마주의 주가 폭등에 대한 경험 때문이다. 4대강 사업 공약과 관련해 8개월 만에 30배가 오른 회사가 있었는가 하면 저출산 대책 관련주 바람을 타고 10배가 넘는 급등을 한 회사도 있었다. 결국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더 많고 일부는 나중에 주가조작으로 적발되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주가 폭등의 기억만이 남아 테마주 투자를 부채질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비정상적인 인맥주, 테마주 바람이 주식시장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박스피, 박스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가가 일정한 폭에서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이다. 그런데 투자자금이 테마주 쪽으로만 몰리면서 정상적인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려워지고 결국은 이들을 비정상적인 테마주 투자로 내모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속 제도를 만들어도 눈앞의 이익 때문에 불나방처럼 허상을 쫓는 개미투자자들이 있는 한 테마주 근절이 어렵기는 하다. 우리 주식시장의 고질병이 돼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누가 봐도 상식을 벗어난 주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단속이 안 되는 건 어쨌든 감독 체계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중에 주가조작을 적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이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감시와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는 정책이 더 시급해 보이는 우리 주식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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