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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주 4일' 파격 근무제 도입 추진…日 기업의 변화

* 대담 : SBS 최호원 도쿄 특파원

▷ 박진호/사회자:
 
일본 주요 기업들이 최근 주 4일 근무제 등 파격적인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뉴스> 오늘은 일본 기업들의 근무제도 변화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호원 특파원!
 
▶ SBS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도쿄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주 4일 근무제라면 토요일 일요일을 모두 쉬고, 평일도 하루 쉬는 것이죠?
 
▶ SBS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최근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인데요, 일본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 재팬'이 전직원 5800명을 상대로 주4일 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야후 재팬의 미야사카 사장은 "노동 시간과 생산성의 문제는 중요한 경영 테마로,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당장 도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전단계로 현재 토요일 일요일 주 이틀의 휴일을 꼭 토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요일에 마음대로 선택해서 쉴 수 있는 제도를 먼저 도입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주 4일 근무제를 본격 실시하는 겁니다.

야후 재팬보다 먼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회사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패션업체인 '유니클로'입니다. 유니클로의 경우 일본 전국 840개 매장에서 일하는 정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중입니다. 본사 직원보다는 필드에 뛰는 직원들이 대상인 것이죠.

주5일 하루 8시간 근무와 주 4일 하루 10시간 근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체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으로 같기 때문에 급여도 같습니다. 반면, 야후 재팬의 경우는 본사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모두 주4일 근무로 바꾸는 방안이라서 더 파격적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상당히 파격적인데, 일본에선 이밖에도 재택근무를 도입한 회사도 적지 않다고요.

▶ SBS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당장 일본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가 지난달부터 본사 사무직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인사·경리·영업 등 사무직과 개발분야 기술직 가운데, 입사 5년 이상이면 신청 자격이 주어집니다. 생산라인 직원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도 본부 내 기획부문 사원 4천 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신청제를 도입했습니다. 재택근무의 형태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보통은 그냥 사무실에 근무하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 직원이 원하는 날에 재택근무를 허용한 곳도 있고요, 도요타의 경우 아예 주로 재택근무로 하고, 한 주에 단 하루만 사무실에 나와 2시간 정도만 근무하면 된다고 합니다.

재택근무는 외부에서 회사 서버에 접속하기 때문에 온라인 보안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 때문에 각 회사들은 외부 컴퓨터에 자료를 남기지 않고, 사내 네트워크 안에서 모든 업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클라우딩 기술들을 도입되고 있습니다. 보통 출퇴근은 사내 네트워크 망 접속 시각 등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주 4일 근무에 재택근무까지 일본 기업들이 이렇게 근무제도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뭔가요?

▶ SBS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무엇보다 젊은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본 기업들은 숙련된 직원들을 상당히 우대하는데요. 숙련 직원으로 성장해야 할 그 아래 단계의 젊은 직원들이 자주 이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입사 3년 이내 신입사원의 이직률이 32.3%에 이릅니다.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유는 과도한 업무, 가족 병간호, 동료와의 갈등이나 금전 문제 등으로 다양합니다. 이런 것들을 직원들의 부담으로만 넘기고, 회사에 와서 일만 열심히 하라는 요구로는 젊은 직원들을 붙잡을 수 없는 것이죠.

또, 젊은층 인구가 점차 줄면서 한번 떠나간 직원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젊은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즉, 직원들의 퇴사가 우리나라 기업보다 일본 기업에게 더 큰 손실로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새로운 근무제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면, 일본 회사원들의 삶도 좀 편해진 건가요?

▶ SBS 최호원 도쿄 특파원: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파격적인 근무제도를 도입한 곳은 아직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일본 회사원들은 여전히 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 여행 전문업체에서 각국 회원 9300여명을 대상으로 유급휴가 사용률을 조사했는데요. 일본의 유급휴가 사용율은 60%에 그쳤습니다.

우리나라는 더 낮은 40%로 최하위를 기록했더군요. 잔업도 문제입니다. 일본에서 잔업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시간외 근무나 야근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잔업과 관련해선 일본의 한 인터넷 정보업체가 회사원 6만명을 상대로 조사를 했는데요, 일본 회사원들은 월 평균 47시간 정도 잔업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2시간 가까이는 퇴근 시간을 넘겨 일을 한다는 말입니다. 더욱이 잔업 수당도 받지 못한 채 무료로 일해주는 이른바 '서비스 잔업'까지 늘고 있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정도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일본 정부도 근무제도 개선에 나섰다고요?
 
▶ SBS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일본 기업들의 근무제도 개선도 일본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현재 심각한 인구감소 현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일하도록 하는 1억 인구 총괄 사회라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이 젊은이들과 여성들을 적재 적소의 일자리에 배치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선 기업 내 근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실천 위원회'라는 것을 만들고,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했습니다. 비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와 여성 인력 활용 문제 등과 함께 재택근무 확대, 주 4일 근무제 검토 등도 과제에 포함돼 있습니다.

당장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일본 공무원의 10%를 재택근무로 바꾸겠다는 목표까지 세워놓았습니다. OECD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000시간 정도로 세계 2위입니다. 일본은 1700시간 정도로 15위 정도죠. 우리나라도 일본 만큼이나 일반 국민들의 근무조건과 시스템을 점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SBS 최호원 도쿄 특파원과 함께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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