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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드라마 속 '삼각 사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취재파일] 드라마 속 '삼각 사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일도 다 있구나’하고 혀를 내둘렀기 때문입니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그 드라마는 첫 에피소드에서 이른바 ‘중고차 삼각 사기’ 에피소드를 다뤘습니다. 순진한 주인공이 또 다른 주인공인 한 사기꾼에게 당해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중고차를 팔고서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순진했던 주인공은 이 사기꾼을 실제로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이 사기꾼이 대신 현장에 내보낸 또다른 사람을 만났을 뿐입니다. ‘중고차 삼각 사기,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이야?’ 생각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그 일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고 뉴스가 나갔고, 포털사이트에 기사가 게시됐습니다. 그 댓글에도 저와 같은 생각들이 담겼습니다. ‘이게 실제로 일어났다고?’

2016.09.23 8뉴스 리포트
● 이쪽엔 ‘차 사겠다’, 저쪽엔 ‘차 팔겠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A 씨는 결혼을 앞두고 목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애지중지하던 승용차를 팔기로 결심했습니다. 중고차들을 직접 거래하는 사이트에 매물을 내놨습니다. 곧 연락이 왔습니다. 한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 씨가 차를 사겠다고 했고, A 씨는 B 씨와 만날 날을 잡았습니다. 거래를 하기로 한 당일, B 씨는 갑자기 일이 생겨 약속 장소에 나오지 못할 것 같다고 A 씨에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대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매매업체 소속 직원인 C 씨 등을 대신 내보내겠다고 했고, 실제로 약속 장소와 시간에 C 씨가 나왔습니다. C 씨와 A 씨는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C 씨는 차를 팔겠다는 B 씨의 연락을 받고 차를 사러 나온 진짜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이었습니다. B 씨가 자신의 동생 차를 팔고 싶다고 연락해왔기 때문입니다. 동생 차이니 혹시 필요하면 가족관계증명서도 떼어서 보여주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B 씨가 알려준 시간에 해당 장소에 C 씨가 나가보니, 나와 있을 거라던 A 씨가 실제로 차를 가지고 나와 있었습니다. 이들은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어떻게 계약이 성사됐나

 결론부터 말하면 차를 팔려고 했던 A 씨는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차를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요. 차를 사려고 했던 C 씨는 돈을 계좌로 보냈는데도 차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간에서 둘을 연결해준 B 씨가 돈을 챙겨 사라진 겁니다. C 씨는 B 씨가 알려준 계좌번호로 돈을 보냈고 A 씨는 이 돈을 받지 못한 건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A 씨는 거래 현장에서 C 씨가 자신이 모르는 계좌번호를 계약서에 적으며 '이쪽으로 돈을 입금한다'고 하는 말에 ‘그 계좌번호는 내 것이 아니다’라며 입금을 말렸다고 했습니다. 진짜 자신의 계좌를 알려주겠다는 말에, C 씨도 마침 자신들도 입금할 돈을 대출받아 와야 해서 시간이 걸리니 우선 함께 명의를 이전할 자동차등록사업소로 이동을 하자고 했다고 A 씨는 당시를 기억했습니다. 그렇게 C 씨 일행과 함께 자동차등록사업소로 이동하던 중,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A 씨는 “B라는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냐”는 답이 돌아오자, 아직 자신의 계좌로 돈을 입금 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불안해진 A 씨는 핸들을 돌려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사기를 당했다며 경찰에 사건 접수를 요청하고 진술을 하려던 A 씨는, 갑자기 C 씨 일행으로부터 차 명의가 넘어갔으니 자동차를 넘겨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A 씨가 경찰서에 있을 동안, C 씨가 자동차등록사업소에 A 씨의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들고 가 자신들의 중고차 매매회사로 자동차 명의를 바꿨다는 겁니다. A 씨는 자신의 동의 없이 C 씨가 서류를 몰래 가져가 명의를 일방적으로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짜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인 C 씨의 주장은 다릅니다. A 씨 형이라는 B 씨와 처음 통화를 하고 차를 사겠다고 결심해 현장에 나간 것이긴 하지만, 아무리 B 씨가 믿음을 줬다고 해도 현장에서 직접 만난 A 씨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제3자의 계좌번호로 차 대금인 3천 여 만 원을 입금했겠냐는 겁니다. 현장에 도착해 차를 확인한 뒤, 계약서에 B 씨로부터 전해들은 계좌번호를 적었고, 이를 A 씨에게 확인받은 뒤 계약서에 상호 서명을 하고 현장에서 돈을 입금했다는 게 C 씨의 주장입니다. 액수와 입금할 계좌를 A 씨에게 확인받았고 돈을 입금한 뒤에 명의 이전을 위한 인감증명서 등 서류도 A 씨에게서 직접 다 건네받았다고 C 씨는 말합니다. 

 거래 약속 장소였던 A 씨 집 앞에서 모든 거래가 다 끝났고 서류도 받은 채 자동차등록사업소로 가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A 씨가 자신의 계좌로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경찰서로 향했다는 겁니다. (A 씨와 C 씨 일행 1명이 A 씨 차에, C 씨는 다른 차에 타고 자동차등록사업소로 가던 중이었고, A 씨가 경찰서로 향했을 때 C 씨는 곧바로 자동차등록사업소로 가 자연스럽게 명의 이전 절차를 밟았다는 게 C 씨 주장입니다.) 따라서 자동차등록사업소에 가 차량 명의를 이전한 것 역시 A 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과정이었다고 C 씨는 밝혔습니다.

● 잠적한 한 사람…차는 그럼 누가?

 위에 언급한 이 과정들이 모두 지난 8월 4일, 단 하루 동안 벌어졌습니다. 한 쪽에서는 아끼고 아끼던 차를 팔려고 했는데 돈은 전혀 받지 못한 채 차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 되었고, 다른 한 쪽에서는 거금을 보냈는데 정작 차를 손에 넣지 못한 답답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당연히 B 씨겠죠. 한 쪽에는 중고차 매매업체 직원이라며 차를 사겠다고 했고, 다른 한 쪽에는 일반인인 척하며 차를 팔겠다고 한 B 씨입니다. 경찰은 현재 이 B 씨가 중고차 삼각 사기를 벌였다고 보고 추적하고 있습니다. 

  A 씨와 C 씨는 당연히 그날 차를 누가 가져가야 하는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경찰서에 사건 접수를 하느라 경찰서를 찾았기 때문에 차는 경찰서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양측은 서로 자기가 차를 가져가겠다고 맞섰습니다. 결론이 쉽사리 나지 않아 일단 차를 그곳에 두게 됐고, 자동차 열쇠를 A 씨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만큼, C 씨 일행은 자신들의 차로 A 씨의 차 앞을 비스듬히 막은 채 함부로 출발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B 씨의 행방은 묘연했고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차를 가져가겠다, 안 된다, 그럼 내가 가져가겠다... 실랑이 끝에 나흘 뒤 C 씨 일행은 견인차를 이용해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를 가져갔습니다. A 씨의 입장에선, 일단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경찰서 주차장에 일단 세워놓기로 했던 차를 빼앗긴 일이었고, C 씨 입장에선 소유권을 정당하게 넘겨받은 차를 정당하게 가져온 일이었습니다.
중고차 삼각사기
 개인 간의 계약 문제라며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던 경찰은 A 씨가 경찰서에 세워놨던 차량이 없어졌다고 하자 나섰습니다. 결국 차를 가져간 C 씨를 차량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CCTV 화면을 추적하고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다른 곳으로 옮겨졌던 차를 경찰서 앞마당으로 다시 가지고 왔습니다. 차량의 명의, 즉 소유권이 C 씨 소속의 자동차 매매업체 앞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아직 점유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무단으로 가져갔기 때문에 절도 혐의가 인정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어찌됐든 경찰은 현재로서는 A 씨와 C 씨가 모두 B 씨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에 우선 ‘삼각 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이는 B 씨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때까지 경찰서 앞마당에 해당 차량은 하염없이 주차돼 있는 상태입니다. 압수 차량이기 때문인데, 소유권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앞으로 A 씨와 C 씨 사이에 법적 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 이런 피해를 겪지 않으려면

 취재를 시작한 뒤 피해자 1명을 더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이 피해자가 겪은 피해도 앞서 말한 형태와 유사했습니다. 이 건 역시 경찰은 한쪽에는 차를 사겠다, 다른 한쪽에는 차를 팔겠다고 연락한 뒤 잠적한 사람을 쫓고 있습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경찰은 인터넷 등에 글을 올려 직접 물품 거래를 할 경우에, 반드시 서로 글을 올리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당사자 본인과 신분을 확인한 뒤 만나 거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계약을 진행하던 도중 물품을 건네기 전에, 대금이 본인 명의의 계좌로 정확하게 입금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대리인과 거래를 해야 할 경우, 정확히 그 대리인이 원래 거래를 하고자 했던 사람과 어떤 관계인지를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확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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