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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체부-체육회 혈세 날리고 3연패 망신

[취재파일] 문체부-체육회 혈세 날리고 3연패 망신
한국 스포츠를 이끌고 있는 양대 산맥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3전 전패를 당하며 아까운 혈세를 낭비하게 됐습니다. 한심한 행정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과 함께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체육계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지난 3월 21일 통합하면서 <회장선거관리규정>을 만들었는데 제11조2항이 논란이 됐습니다. 제11조2항에 따르면 과거 2년 동안 어느 정당에 한번이라도 가입한 사람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원천적으로 출마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살의 회사원 A씨가 1년 10개월 전에 B정당에 가입했다가 1개월 만에 탈당했다 하더라도 2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반면 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은 당적이 없을 경우 출마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이미 지난 4월 12일 취재파일(500만 명 대한체육회장 출마 금지)과 5월 30일 취재파일(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규정 형평성 위반)을 통해 이 조항이 지닌 모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국내 체육계의 거센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조항이 유력한 체육회장 후보인 이에리사 전 새누리당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오는 10월 5일로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다가오자 일부 체육인들이 평등권과 피선거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며 대한체육회장(김정행, 강영중)을 상대로 정당인의 후보 자격을 박탈한 대한체육회장 선거관리 규정 제11조2항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지난 22일 결정문을 통해 “11조2항이 선거에 입후보자하는 후보자들의 피선거권을 현저히 불합리하고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판단돼 무효”라고 밝혔습니다. 또 “과거 2년 동안 당적을 가지지 않았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던 행정부 고위관료나 청와대 인사들의 입후보 자격은 제한하지 않은 반면, 당적을 보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국민들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한마디로 KO패를 당한 것입니다. 두 기관의 망신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날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회장이 역시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제출한 <후보자 자격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에서도 연이어 패소한 것입니다.
후보자 자격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 패소
대한수영연맹 회장으로 재직하던 이기흥 씨는 지난 3월 19일 수영연맹 비리 여파로 회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 그로부터 6일 뒤 대한수영연맹은 대한체육회에 의해 관리단체로 지정됐습니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회장을 비롯한 임원은 자동적으로 해임되고 해임된 임원은 규정에 따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기흥 씨는 관리단체로 지정되기 이전에 사임을 했기에 대한체육회장 출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16일 대한체육회는 이사회를 열어 <회원종목단체규정> 제27조3항을 새로 신설했습니다. 그 내용은 “관리단체 지정을 요구한 시점 30일 전부터 관리단체 지정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는 임원의 사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이기흥 전 수영연맹 회장은 사임이 아니라 해임된 것으로 해석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가 없습니다.

이기흥 씨는 <회원종목단체규정> 제27조3항이 자신의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소급입법이라며 법원에 <후보자 자격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회장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채권자(이기흥)의 피선거권을 현저히 불합리하고 과도하게 침해하는 규정으로서 무효”라고 밝혔습니다. 또 “관련 규정의 사후적 개정을 통한 임원 피선거권의 소급적 박탈이 제한 없이 허용된다면 그 개정 권한을 가진 채무자(대한체육회)의 이사회를 장악한 다수의 의사에 따라 자의적인 피선거권 제한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기흥 씨는 대한체육회 수석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면으로 맞섰던 강성 인물입니다. 쉽게 말해 문체부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였습니다. 이기흥 씨는 “내가 사임한 지 석 달이 지난 뒤에 갑자기 대한체육회가 소급 입법을 한 것은 나의 출마를 막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회원종목단체 규정
<회원종목단체규정> 제27조3항에 따라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가 불가능한 사람은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이기흥 씨 1명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단 1명의 출마를 막기 위해 규정을 새로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위에 제시된 사진을 보면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규정을 신설한 바로 당일, 즉 6월 16일에 곧바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이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체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수영스타 박태환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허용하지 않다가 지난 7월 서울 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패소를 당했습니다. 그러니까 2개월 사이에 법원으로부터 3전 전패를 당한 것입니다. 형식적으로는 대한체육회가 패소한 것이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문화체육관광부도 패배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3차례 가처분 신청에서 대한체육회가 모두 지면서 수억 원이 넘는 소송비용을 전부 물게 됐습니다. 이 비용은 물론 국민 세금에서 나옵니다. 그럼 대한체육회 이사회는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되풀이하면서 혈세를 낭비한 것일까요? 대한체육회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관계자들은 거의 대부분 이렇게 그 이유를 털어놓고 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신탁 통치를 받고 있다.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김종 문체부 제2차관과 심동섭 체육정책관의 말을 거역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심동섭 체육정책관은 특히 대한체육회 이사로서 이사회를 통해 정부의 입장을 제시하는데 여기에 토를 달 수 없는 분위기이다. 4천억 원의 예산을 그들이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여러 분야에서 무능과 불통이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는 제가 그렇다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스포츠 분야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취재하면서 구체적 사례들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의 스포츠 행정은 한마디로 낙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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