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가 왜 우리에게 미래에 중요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요? 김성인 주 피지 대사는 한마디로 “태평양 도서국에 30년 먹거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14개 태평양 도서 국가들이 개발 단계에 들어서면 우리에게 미국이나 EU 못지않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피지 인근 심해저 광구와 해수 열수광상의 경제적 가치가 2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입니다.
피지에서 에너지는 대부분 디젤 엔진을 사용하지만 태양광, 지열, 풍력, 바이오매스 개발 잠재력이 큽니다. 구체적으로 바이오매스의 경우에는 0.5m 높이의 나무가 2년이면 4.4m까지 자라기 때문에 연료 조달이 쉬운 이점이 있다고 김 대사는 말합니다. 태평양 국가들이 2020년까지 저마다 재생 에너지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에너지 사업을 전개하기에 전망이 밝다는 것입니다.
호주는 남태평양 지역을 ‘불안정성의 호‘(Arc of Instability)라고 표현합니다. 이들 국가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데다 정세도 안정적이지 못해 호주가 도우면서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입니다. 김 대사는 이를 ’기회의 호‘(Arc of Opportunity)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남태평양 지역에 대한 정책은 거의 무관심에 가까워서 현재까지 집행된 ODA 자금 가운데 남태평양에 배정된 비율은 0.15%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한국의 경우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합니다. 이 중 11.3%는 해외에서 감축할 의무가 있습니다. 김 대사는 바로 이런 부분이 우리가 태평양 국가들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감축 부분을 소화할 최적지라는 것입니다.
코이카도 이런 요청에 부응해 관련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김현원 피지 사무소장은 앞으로 사업 방향을 ‘기후변화 대응’과 ‘보건 역량 강화’로 정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김 소장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혁신적인 기후복원력 향상, 해안 범람 예측 등 적응 역량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식수 위생, 기후변화에 따른 보건 적응, 모자보건, 감염병 예방 등 보건 분야 사업도 펼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피지에는 한국 기관이나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업체인 GIMCO가 GS Power, 미래에셋대우와 합작기업을 만들어 12MW급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 4천만 달러로 내년 4월 완공 예정입니다. 향후 25년간 피지 정부에 3,000억 원 규모의 전력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무상원조사업으로 항만개발 협력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2005년 선포된 서울 이니셔티브 시범사업으로 하천보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이런 사업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 피지 인근 국가인 키리바시나 투발루는 벌써 기후 변화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일부 섬은 아예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이른바 ‘기후 난민‘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해당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것, 그것이 우리 ODA의 방향이 돼야 되지 않을까요?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