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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은행은 왜 걸그룹을 택했을까?…시중은행의 '20대 마케팅'

[취재파일] 은행은 왜 걸그룹을 택했을까?…시중은행의 '20대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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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에 가서 영화를 기다리다보면 걸그룹 I.O.I가 나오는 국민은행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무심코 넘길 수도 있지만, 보수적이라는 은행권이 이런 선택을 한 건 분명히 이례적입니다.
걸그룹 IOI 은행 광고
국민은행 광고를 담당하는 김진영 브랜드전략부 팀장의 답입니다.

"I.O.I는 젊은 층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걸그룹입니다. 국민은행의 젊은 이미지를 보완하고 주목도를 높이기위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젊은 층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아이돌 모델을 기용했다는 설명입니다. 개인 고객수 1위의 잘 나가는 시중은행이 젊은이들의 시선을 끌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요?

● 한 번 선택이 평생 간다? …"주거래 은행이 되자"
솔직히, 국민은행에게 젊은 이미지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20대 고객 비중이 가장 낮습니다. 20대 고객 비중은 신한은행이 가장 높고, 우리, KEB하나, 국민 순서입니다. 개인 고객수가 1위인 국민은행으로선 아픈 부분입니다.
은행 20대 고객 비율
20대 고객 비중은 그 은행의 미래를 보여준다고도 합니다. 한 번 주거래 은행으로 거래를 트고 나면 쉽게 바꾸지 않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을 감안한 겁니다. 물론 클릭 한 번으로 주거래 은행을 바꿀 수 있는 '어카운트 인포' 시스템이 올 12월 시작되면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장기 대출과 적금, 예금으로 묶여 거래가 이어지는 현상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은행에게 주거래 고객이 된 20대 고개이란, 100세 시대에 70~80년 거래할 수 있는 우수 고객인 셈입니다. 국민은행 김진영 팀장은 "젊은 층들은 아직 확고한 자기의 주거래은행이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다양한 상품과 젊은이들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제공함으로써 저희 주거래 고객으로 확고히 한다는 차원에서 젊은 고객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은행 김진영 팀장 인터뷰
● 적금 금리 혜택 + ATM 수수료 면제 + 커피전문점 할인

광고를 통해 시선을 끌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20대에게 "내가 이 은행과 거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상품을 내놔야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회사원 윤태민씨는 "아무래도 결혼을 하거나 집 장만을 하게 되면 대출할 일도 있고 하니까 금리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씀씀이가 커지다보니까 꼼꼼히 따지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합니다. 그는 지난 3월에 금리를 따라 은행을 바꿨습니다. 그 이전에는 어떤 기준으로 은행을 정했을까. 윤씨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을 골랐다"며 "부모님도 거래하는 은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기도 합니다. 접근성.

하지만 제로금리 시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20대들의 선택 기준은 접근성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본은 적금 금리를 더 주는 겁니다. 하나은행은 첫 거래 고객에게 금리를 0.8% 더 주고, 우리은행은 학자금 대출을 갚는 통장을 만들면 수시입출금 계좌 금리를 1%까지 줍니다. 수시입출금 계좌는 원래 0.1%정도의 금리만 주는, 사실상 0%에 가까운 금리를 줍니다.
20대 은행 금리 혜택
금리 뿐 아닙니다. ATM기 수수료 면제는 기본이고,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에서 할인 혜택을 주는 체크카드를 20대에게만 발급해줍니다. 은행들은 20대가 뭘 좋아하는지를 연구해 은행별로 차별화된 혜택을 내놓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 20대 = 모바일 뱅킹 = 미래 먹거리

최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0대 고객 숫자를 늘려라"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습니다. 인터넷 뱅킹, 특히 모바일 뱅킹으로 바뀌는 속도가 예상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20대 고객을 붙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모바일 뱅킹 시대를 주도해 갈 주력 세대가 20대라는 점은 명확합니다. 그런데 은행들의 고객 분석을 보면 젊었을 때 한 번 거래를 트면 평생 계속지속되는 '장기 충성고객'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20대를 잡으면, 장기 고객도 늘리고 모바일 고객도 늘리는 겁니다. 현재 시중은행 순위를 뒤흔들 수 있는 중요 고객인 셈입니다.

반대로 20대 고객에서 한 번 생각해볼까요. 전통적인 은행이 모바일 은행으로 바뀌는 이 시점은, 콧대 높은 은행들이 20대 손님을 원하는 시기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 점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적기인 셈입니다. 모바일뱅킹 위주로 홍보하고 있는 은행들의 20대 전용 혜택을 꼼꼼히 비교해보면, 제로 금리 시대에 제법 큰 혜택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오는 12월에는 클릭 한 번으로 주거래 은행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 시작됩니다. 그 이전에 대출이나 정기 예금, 적금으로 20대를 붙잡아 놓으려는 은행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주거래 은행을 어디로 할지 꼼꼼히 비교해볼 적기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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