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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산 K 계열 소총, '파이' 사라진 자리에 경쟁만…

[취재파일] 국산 K 계열 소총, '파이' 사라진 자리에 경쟁만…
내년부터 2021년까지 국방 중기 예산에 소총 구매 예산은 없습니다. 이미 소총 확보량이 충분하니 5년 동안은 소총을 사지 않고 군을 운영하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군이 확보한 소총은 숫자만 많을 뿐 대부분 만든 지 25년 이상 지난 낡은 총입니다.(관련 기사 ▶ [취재파일] 軍 소총 예산 5년간 0원…K계열 소총의 사라진 미래)

살짝 변화의 조짐이 있기는 했습니다. 군이 내년에도 신형 소총 K2C1을 2만정 정도 도입하려고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그 예산안마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총을 제작하고 있는 업체는 '소총 예산 0원'인 5년 동안 설비 내다 팔고 직원 내쫓으며 버텨야 합니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의문인데 정부는 ‘일(一)물자 다(多)업체 조달 제도’ 확대 차원에서 총기를 생산할 방위산업업체를 한 곳을 신규 지정했습니다. 나눠 먹기는커녕 파이 자체가 없는데 입만 늘린 셈입니다.

총기 조달 신규 자격을 취득한 업체는 2022년부터 우리 군에 총기를 납품할 수 있습니다. 기존 업체는 아마 그 전 5년 안에 폐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의도하는 소총 경쟁 체제는 독점을 깨고 새로운 독점을 조성할 것 같습니다.
국산 신형소총 K2C1(위), 현재 기본소총 K2(아래)
국산-신형-기관단총-K2C

● 10정 가운데 7정은 수명 다한 소총

군은 전시 동원 예비군용과 전시 초기 피해를 고려해 내년까지 소총 230만 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30만 정, 적지 않은 수량입니다. 하지만 속을 들춰보면 가관입니다. 만든 지 40년 이상 된 M16이 42만 정입니다. 국군 기본 소총인 K2는 12만 정이 30년 이상 됐습니다. 25년 이상 된 K2는 48만 정입니다.

특전사가 주로 사용하는 K1A는 30년 이상 된 구형이 12만 정입니다. 특전사는 K1A 9만 정을 우선 교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군이 보유한 소총 10정 가운데 7정 꼴로 군이 정한 수명 25년을 넘겼습니다.

K1A를 대체할 신형 기관총 K2C가 개발됐지만 국군 장병에게는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해외에 1만 3,000 정 팔려 실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K2를 대체할 K2C1도 올해 6만 정 도입하고는 그만입니다. 장병들의 목숨과도 같은 소총의 사정이 이 모양입니다.
● “기존 업체는 문을 닫아라”

현재 국산 소총은 S&T모티브라는 업체가 제작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운 조병창(造兵廠)을 민영화한 대우정밀의 후신입니다. 40년 독점을 누렸습니다. 직원 900여명 가운데 소총을 제작하는 방산 종사자는 450명 정도입니다. 올해는 K2C1 6만 정을 군에 공급하니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내년부터 5년간 신규 소총 예산은 0원이고, 다만 도저히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소총 교체 수요가 2,000 정 정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총기 2,000 정 매출을 고스란히 인건비로 쓴다고 해도 S&T모티브 방산종사자 450명 가운데 9%인 40명 정도만 챙길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와 버틴다고 해도 그 세월이 앞으로 5년입니다. “부자가 망해도 3년 간다”는 옛말이 있지만 S&T모티브는 5년을 버텨야 합니다.

새로 총기 생산 방산기업으로 지정된 다산기공은 2022년부터 국내 시장에 진입하도록 계획됐습니다. 다산기공은 M-16 소총의 원형인 AR-15의 파생형과, AK-47 소총, M-1911 권총 등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입니다.

다산의 국내 소총 시장 진입은 가격인하와 기술개발 경쟁을 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정상적일 때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정부는 소총 시장의 경쟁체제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다산기공을 링 안으로 불러들였다지만 다산이 링 위에 올라서기 전에 '소총 예산 0원' 5년을 겪은 S&T모티브는 이미 링 밖으로 떨어져 나가기 십상입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 군 소총은 속절없이 썩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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