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끝까지 읽거나 영화를 다 보지 않아도 내용을 파악할 방법은 다양하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제목에 '줄거리’ 또는 ‘결말’이라는 단어를 붙여 검색하면, 세세한 내용이 담긴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나절이면 개인 블로그와 카페 등에는 방송 캡처 사진과 줄거리가 게시되기도 하죠.
방송을 직접 보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줄 수 있을 정도로 정리가 잘 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 요약본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서 책 한 권의 내용은 8장~10장 정도의 요약본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외 고전으로 널리 알려진 펄 벅의 소설 ‘대지’는 400여 쪽 분량이지만, 10장 내외로 요약돼 있습니다.
요약본을 제공하는 사이트에 대해 젊은 층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책은 들고 다니면서 읽기 불편하지만, 요약본 사이트는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구매하기 전, 요약본으로 필요한 정보가 담겼는지, 소장하고 싶은 책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요약된 뉴스도 인기입니다.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긴 호흡의 기사보다, 핵심 정보만 간추린 모바일 기사나 카드뉴스 형식에 호감을 느끼는 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 ‘스압’: 스크롤 압박이 예상된다
“뮤지컬 △△ 보고 왔어요! (*스압주의)”
‘스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크롤 압박’의 준말로, 게시글이 길어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스크롤바를 계속 내려야 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죠.
‘스압 주의’, ‘스압 장난 아님’ 등의 문구로 활용됩니다.
긴 글이니 읽기 싫으면 누르지 말거나,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경고로 인터넷상에서 내용이 길면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이죠.
● ‘정보의 과잉’에서 살아남기
기존의 책, 영화, TV 방송 등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SNS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때로는 다른 사람을 통해 원치 않는 정보까지 수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이 점점 더 요약본을 찾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정보의 과잉(Information Overload)’을 꼽을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콘텐츠를 동시다발적으로 접하면서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게 되다 보니, 보다 짧고, 핵심적인 ‘요약’을 찾게 되는 거죠.
급변하고 복잡해진 사회에서 긴 글 읽기만이 좋은 방법이라고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짧은 시간 내 요약본을 읽더라도 긴 시간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