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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임박…"부산항 환적의 한 축 붕괴"

채권단이 추가자금지원 불가를 고수함에 따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운영자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채권단의 지원이 없으면 더 버틸 수 없다"며 "곧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신청은 사실상의 영업중단, 나아가 글로벌 해운동맹 퇴출로 이어진다.

한진해운의 모항인 부산항은 직접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처지이다.

관련 업계는 연쇄도산과 대량 실직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 환적화물 얼마나 이탈?…최대 160만개 예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우호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각국의 채권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한진해운 선박과 컨테이너 등에 대한 압류에 나설 것이고, 한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절반 이상의 화물이 움직이지 못하게 돼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는 법의 힘을 빌려서 채권채무를 중단시키고 나서 영업해 정상화하는 게 목적인데 영업이 중단되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가 불가능해지고, 결국 선박까지 매각해 겨우 연명하거나 청산절차를 밟게 돼 엄청난 후폭풍이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진해운이 자체 선박은 물론 같은 동맹의 선박들을 이용해 70개국 350개 항만에서 화물을 수송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압류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압류를 막는 노력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고 직원들이 이에 매달려 영업활동은 불가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한진해운이 이런 처지에 놓이면 부산항 환적화물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진해운과 같은 동맹체에 속한 외국 선사들이 부산항보다는 자기 선박이 모항으로 이용하는 항만에서 환적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항 기항을 주장할 국적 선사가 없어지면 외국 선사들이 부산을 노선에서 제외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부산항에서 외국으로 이탈하는 환적화물이 연간 최대 160만개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부산항만공사도 상당한 양의 환적화물이 이탈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담당하던 연간 100만개 이상 환적화물 가운데 최소 절반 정도가 이탈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같은 해운동맹에 속한 외국 선사들이 환적항을 중국 등지로 옮겨가면 100만개 이상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한진해운 퇴출로 인한 부산항의 환적화물 이탈은 경쟁 관계인 중국의 상하이, 닝보, 칭다오항에 절호의 기회가 된다"며 "한번 떠난 환적화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대지진으로 환적화물이 대거 이탈한 일본의 고베항이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 부산 항만물류산업에 연쇄 타격

부산항의 물량 이탈은 곧바로 부산의 주력산업 가운데 하나인 항만물류산업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히게 된다.

당장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의 하역료 수입이 줄어든다.

해운선사는 화물을 연결해주는 알선업체, 육상운송업체, 급유업체, 선용품업체, 도선사, 항운노조 등 수많은 업종과 연관돼 있다.

선주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진해운에 기름, 선용품, 각종 부대 서비스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받지 못한 돈이 6천억원에 이른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결국 청산되면 이 돈을 받을 수 없어 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되고 연쇄도산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김우호 본부장은 환적화물 개당 7만원가량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므로 최대 160만개가 이탈하면 연간 1천100억원이 넘는 피해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이 가운데 40%를 차지하므로 연관산업 종사자들의 소득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급여를 줄이지 않는 한 실직자가 대량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청산 때 부산지역 항만물류업계에서 2천3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선박에 물품을 공급하는 부산지역 선용품 업계 매출은 연간 3조원, 선박관리업계 매출은 1조3천억원에 이른다.

◇ 성장일로 걸어온 부산항 전략 수정해야…막대한 투자비 매몰 우려

부산항은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북항의 자성대부두가 문을 연 이후 물동량이 감소한 적이 한해도 없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적 선사들이 물량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준 덕분이다.

한진해운이 제 역할을 못하거나 퇴출되면 부산항은 당장 올해부터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

김우호 본부장은 "이렇게 되면 물동량 증가를 전제로 세운 항만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진다"며 "30년 후를 목표로 이뤄진 막대한 투자가 제 역할을 못하고 사장되는 사태까지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신항에서는 서쪽부두에 5개 선석, 남쪽부두에 3개 선석을 새로 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웅동지역에는 장래 물동량 증가에 대비해 8개 선석과 170만㎡의 배후부지를 더 건설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고 일부는 기반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물동량 감소가 장기화해 부산항의 장래 건설계획이 표류한다면 그동안 투입한 막대한 재정이 매몰되고 건설업계의 일감이 줄어드는 등 간접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수출입화물 수송 혼란·운임상승 우려

한진해운의 선박들이 운항을 멈추면 수출입업체들은 대체 선박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지적했다.

선사들이 운항을 중지시킨 선박을 다시 투입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굳이 비용을 더 들여서 추가로 선박을 운항할지도 의문이다.

김우호 본부장은 "경기가 하강국면이라 선사들이 새로운 선박을 투입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선사들이 비용을 줄이려 노선을 조정해 운항 선박 수를 줄였기 때문에 현재 선박에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화물을 실으려면 웃돈을 줘야 하는데 결국 운임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미주항로 운임이 27.3%, 유럽항로 운임은 47.2%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운임상승으로 국내 화주들이 추가로 부담할 돈은 연간 4천407억원으로 추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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