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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경매에 나온 '나치 2인자'의 황금 권총

이번엔 이 권총 사진을 한 번 보시죠. 황금빛을 띠고 있는 게 꼭 007 영화에서나 나올 법하죠. 1939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반자동 권총으로 미국의 한 경매 회사가 다음 달 경매품으로 내놨다고 합니다.

해당 경매에 나온 물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총기이기도 해서 예상 낙찰가가 우리 돈 2억 8천만 원에서 4억 5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누가 사용하던 총이었을까요? 박병일 특파원의 취재파일 보시죠.

본체는 강철이지만 그 위에 화려한 문양을 금으로 도금한 이 총은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헤르만 괴링이 소유했던 총입니다. 그래서 손잡이에는 괴링의 이니셜과 괴링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히틀러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괴링은 1차 대전 때 독일 공군의 에이스 전투기 조종사였고 2차 대전 때 독일 공군 총사령관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런던 대공습과 유대인 학살 등을 진두지휘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악명 높은 인물이자 홀로코스트 기간에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금과 보석들을 전부 약탈해 호화로운 삶을 누린 전범자이기도 합니다.

결국, 전범 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사형 집행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그의 값비싼 재물 가운데 하나가 다음 주 경매 시장에 선보이는 겁니다.

총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격용 소총을 만든 장본인도 나치입니다. STG-44라는 모델로 폭풍우처럼 총탄을 쏟아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반자동과 자동 중 자동으로 놓고 쏘면 1분에 5백 발까지 발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무시무시한 소총은 이후 소련의 AK-47이나 미국의 M16과 같은 세계 각국이 개발한 다른 공격용 소총의 원조가 돼 전미 총기협회 박물관에 이 소총의 여러 최초 버전들이 전시돼 있는가 하면, 지난 1월부터는 미국 조지아주의 한 총기 회사도 이를 똑같이 복제, 재현한 반자동 소총을 주문 제작하고 있는데, 총기 한 정당 가격이 2백만 원인데도 주문이 2천 정이나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에서만 1년에 1백만 정 이상 팔릴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총은 AR-15이라는 반자동 공격용 소총인데, 이 AR-15의 증조할아버지 격도 독일 나치의 STG 44입니다.

AR-15는 조상 못지않은 대량 살상 능력을 가져 올여름 49명의 인명을 앗아간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를 비롯해 이른바 묻지마 총기 난사 사건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지난 1994년 반자동 소총 금지 법안이 통과돼 18종에 달하는 민간용 반자동 소총의 개발과 판매가 중단됐었지만, 이후 총기협회의 로비에 못 이겨 10년 만에 법이 폐기되는 바람에 다시 반자동 소총의 민간 판매가 허용됐기 때문입니다.

나치 독일의 2인자가 쓰던 권총 한 자루가 수억 원에 경매되고 나치의 반자동 소총을 그대로 따라 한 소총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후손 격인 AR-15에 무고한 시민들이 수십 명씩 아무 이유 없이 희생되는 게 미국의 실상입니다.

억지 해석인지는 몰라도, 7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나치의 망령이 반자동 소총을 통해 미국에 부활했다고도 볼 수 있을 텐데요, 총으로 흥한 자 총으로 망한다고 했건만 미국의 총기 규제는 오늘도 제자리걸음입니다.

▶ [월드리포트] 경매에 나온 나치 2인자 '황금 권총'…그 어마어마한 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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