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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다이어트 안 해요"…편견 깬 발레리나

우리가 흔히 발레리나를 떠올리면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인 듯 사뿐히 날아오르거나 날렵하게 턴을 하기 때문에 밥도 새 모이만큼만 먹을 것 같죠.

그런데 사실 발레리나들은 긴장한 상태로 고난도의 동작을 연속적으로 이어가고,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온몸에 힘을 주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잘 먹어야 버틸 수 있는 겁니다.

발레리나들은 조금만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마나 아둔한 편견이었는지, 최효안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얼마 전 폭염이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날 최 기자는 서울 우면동 국립발레단 연습실을 찾았습니다. 정기 공연 <스파르타쿠스>의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습은 부분 부분 나뉘어 진행됐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출연하지 않는 무용수들은 복도 이곳저곳에서 쉬고 있었고, 그 가운데 어느 가녀린 여성 무용수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는 씩 하고 웃더니 샌드위치 한입을 베어 물었습니다. 마요네즈를 듬뿍 바른 빵집 샌드위치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 겁니다.

그녀는 다름 아닌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나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갖췄다고 인정받는 국립발레단 최장기 수석무용수 김지영 씨였습니다. 무용수들은 몸매 관리를 위해 이슬만 먹지 않을까 하는 기자의 예상을 여지없이 뒤엎은 겁니다.

[김지영/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 저 잘 먹어요, 너무 잘 먹어요. 너무 연습량이 많고, 공연 시즌 되면 먹는 걸로 스트레스 안 받으려 해요. 다이어트 안 해요. 그냥 알아서 빠진다고 해야 될까?]

양도 양이지만, 메뉴도 굳이 건강식을 따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프로 발레단에 속한 무용수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춤을 춰 칼로리가 금방 소모되기 때문에 라면이나 분식 같은 고열량 음식도 마음껏 먹는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습니다.

아침에는 집에서 나오기 바쁘고 밤에는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자기 바쁘기 때문에 무지방 오겨트나 닭가슴살 같은 다이어트 식단을 따로 챙기는 것도 어렵고 말이죠.

실제로 인터뷰를 마친 뒤 바로 연습실로 향한 그녀는 정말 춤을 춘 지 10분도 안 되어 땀을 비 오듯 흘렸고 무대에서 보여지는 멋진 표정과 몸짓 뒤에 숨겨진 비현실적인 훈련의 강도를 새삼 일깨워줬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녀가 타이틀 롤을 연기한 스파르타쿠스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기립박수와 함께 최고의 무대였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찰나의 예술이라 불리는 발레, 이 발레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움직임 하나하나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낸 정직한 결과물이기 때문일 겁니다. 올해로 국립발레단 입단 20년 차인 김지영 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신체적 나이에 굴복하지 않은 그녀는 육체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발레의 가혹한 부분까지도 사랑한다며 언젠가는 은퇴하는 날이 오겠지만, 그전까지는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위안과 울림을 주는 최상의 춤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 [취재파일] 발레리나는 무엇으로 사는가…국립발레단 최장기 수석무용수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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