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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간호사 '임신순번제'…어기면 따돌림에 괴롭힘도

* 대담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 박진호/사회자:
 
청취자 여러분 임신순번제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여성 간호사들 사이에서 순서대로 임신을 하자고 정해놓은 암묵적인 규칙이라는 건데요. 이런 규칙을 임신순번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에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매우 비인간적인 관행이라는 비난이 거셌는데.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임신순번제 등 의료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라는 권고안을 냈습니다.

국가인권위와 함께 의료 기관 여성 종사자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했던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임상혁 소장을 모시겠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네.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이른 아침에 감사합니다. 이번에 국가인권위가 정부를 대상으로 권고안을 의결한 게 보건의료 분야 여성 종사자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 권고의 건. 좀 길고 어려운데요. 한 마디로 어떤 내용인가요?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병원에는 여성 종사자들이 굉장히 많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에 대한 인권, 특히 모성 보호나 폭력. 이런 것이 굉장히 심각해서요. 그것을 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안인데요. 예를 들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여성 종사자의 모성을 보호하는 제도를 준수하라고 하든지. 의료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라는 것도 있었고요. 보건복지부에서는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것들을 예방하기 위한 것을 병원 인증에 도입해라. 이런 권고안이 있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임신순번제. 계속 비난이 나왔었는데. 이번 권고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사실 이런 일들이 암묵적으로 모두 알고 있었던 문제였는데요. 한 번도 바깥으로 드러난 적이 없었습니다. 첫 번째는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바깥으로 드러내고 정부에서 이런 액션이랄까요. 실천이나 관리 활동을 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조사를 하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례들을 보셨을 텐데. 상황이 정말 심각했습니까?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그렇죠. 모성 보호에 관한 부분이 정말 심각했고요. 예를 들면 출산 전후에 휴가를 제대로 못 쓴다든지, 육아휴직을 굉장히 못 쓰고 있고요. 그것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 폭언, 성희롱. 이러한 문제들도 굉장히 심각했고. 이것은 다른 여성 종사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사업장이나 이런 곳에 비해서 굉장히 심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른바 모성 보호. 우선 모성 보호와 관련한 내용이 궁금한데요. 임신순번제로 인해서 의료 현장 여성들,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실제로 이런 임신순번제 같은 것.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임신을 번갈아 가면서 정해서 하자는 것인데요. 그러지 못하고 먼저 임신을 하게 된 경우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이런 경우에는 굉장히 따돌림을 당한다든지. 아니면 괴롭힘을 받는다든지. 질책을 받는다든지. 그런 일이 있고요. 그래서 병원을 그만두는 사람도 굉장히 많습니다. 저희들 조사에서는 이런 임신순번제가 종합병원의 30% 정도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같은 제도를 사용하는 제도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데요. 어떻습니까?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보통 출산휴가는 모든 사람들이 다 쓰는 것으로 조사되는데요. 의료 현장에서는 한 85% 정도만 출산휴가를 쓰고 있고요. 육아휴직도 요즘은 아이를 낳고 나서 6개월 이상 쉬게 되지만, 병원에서는 그렇게 쉴 수 있는 사람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또 야간 근무를 하지 않는다든지, 근무 시간을 줄인다든지. 이런 것을 지키는 곳은 사실 10% 정도밖에 안 돼서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다른 업종도 있는데. 우리가 상상은 가지만 보건의료 현장에서 여성 근로자들이 이런 피해를 보는 이유가 있을까요?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아마 인력 부족일 경우가 많이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문제는 어떤 문화 관행 이런 것처럼 돼있던 것은 아닐까.
 
▷ 박진호/사회자:
 
암묵적으로 관행이 돼있던 것이로군요.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예.
 
▷ 박진호/사회자:
 
특히 모성 보호 외에도 폭력이나 언어폭력, 성희롱 같은 괴롭힘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보통 언어폭력은 간호사들이 1년에 50%는 경험하는 것 같아요. 심한 언어폭력이요. 성적 희롱이나 폭력도 10% 이상이 1년에 한 번 정도는 경험을 하고 있고요. 이것은 다른 업종에 비해서 굉장히 심한 상황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난 2015년 3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종합병원 간호사 1,000명을 샘플링으로 조사하신 것으로 알려졌는데. 종합병원 상황이 이렇다면 일반 의료기관들, 작은 병원들에서는 인권 침해가 더 심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데요.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조사했던 곳은 300 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고요. 또 이 병원들은 대부분 다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많이 지켜주려고 조합에서는 노력을 했겠죠. 노동조합이 없거나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아마 더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 박진호/사회자:
 
의료 현장에서 여성 종사자들이 이런 고충을 겪고 있다면 그 피해가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의료 수혜자인 환자들에게 돌아갈 위험도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그렇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1년에 20% 이상 그만둬요. 그 중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이런 인권의 침해라든지 괴롭힘. 이런 것이고요. 또 보통 저희들의 조사에서도 나왔지만. 이렇게 인권의 침해나 모성 보호나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이 의료 사고의 경험이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료 사고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오랫동안 수고를 하셔서 이번 권고안을 내셨는데. 이번 권고안이 보건의료 현장에서 실효성이 크게 작용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 같습니까?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우선 병원에 있는 경영진이나 병원장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정말 있구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첫 번째가 그게 제일 중요할 것 같고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에서 이런 것들을 관리하고 개선시키는 정부의 노력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오늘 말씀 정말 잘 들었습니다.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예.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국가인권위와 함께 의료기관 여성 종사자들의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하셨던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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