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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이탈리아 지진 현장을 가다

[월드리포트]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이탈리아 지진 현장을 가다
●  이탈리아 지진현장을 가다

지난 24일 아침, 이탈리아 중부지역에서 규모 6.2의 지진으로 여러 사람이 사망했다는 긴급기사가 떴습니다.  처음에는 피해정도가 가늠이 안되고, 속보도 들어오지 않아 파리에서 이탈리아 지진현장으로 출장갈지를 바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희생자 숫자도 늘어나고 외신을 통해 현장 그림도 들어오면서 심상치 않은 지진임을 알게 됐습니다. 곧바로 로마행 비행기를 탔고, 공항에서 이탈리아 중부지역으로 달려 갔습니다. 날은 어두워졌고 피해지역을 표시하는 네비게이션을 따라 가는 길은 꼬불꼬불 산길로 한없이 이어졌습니다.

그 좁은 길로 중장비를 실은 차와 경찰, 앰블런스등 수많이 구호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은 산속으로 향했습니다. 어느 지점에선가 구호차량 외에 취재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출입을 통제해, 저희들은 잠시 외곽 취재를 하고 7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산골마을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 희생자의 80%가 집중된 파스타 마을 '아마트리체'

이튿날 현지 상황을 알 수 없어 새벽 일찍 길을 나서, 전날 통제한 곳까지 갔습니다. 여전히 가는 길에는 여러 가지 구호차량들이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고, 취재진은 통제지역에 차를 세우고 현장까지 걸어서 접근했습니다. 30분쯤 걸어 도착한 현장. 지진 발생 만 하루가 지난 그 곳은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중장비들은 뿌연 먼지를 내며 잔해를 걷어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고, 수많은 소방대, 군인, 경찰, 민간구조대가 구슬땀을 흘리며 현장을 드나들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이번 지진으로 80%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마트리체 지역입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옛 도시 중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멀쩡하게 남은 건물이 거의 없는 폐허가 됐습니다. 특히 주말 파스타 축제를 앞두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와 있었는데, 소재파악이 제대로 안돼 구호대의 애를 태웠습니다.
●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페스카라 델 트론토'

다음날 취재진은 아마트리체에 이어 두 번째로 피해가 큰 페스카라 델 트론트 지역을 찾았습니다. 이 곳은 구조 작업이 거의 끝나 마을 안까지 취재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산속의 옹기종기 모여사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마을. 마치 집중 폭격을 당한 것처럼 마을 전체가 형체도 알수 없게 무너져 내려 새벽녘에 갑자기 닥친 지진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차량은 여기저기 거꾸로 처박혀 있고, 마을 입구는 무너져 내린 잔해로 완전히 봉쇄됐습니다. 반파된 집안으로는 옷장이나 가전제품들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고, 모든 것이 흙더미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더 무서운 공포…1천3백여 차례의 여진

24일 새벽 규모 6.2의 강진 이후 닷새동안 천 3백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됐습니다. 지진발생 3일째에는 아마트리체와 아쿠몰리 지역에 규모 4.2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해 추가 붕괴가 발생하고 구조작업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천막이나 체육관에서 생활을 하는 1천 5백여 명의 이재민들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진현장에서 70여 킬로미터 떨어진 취재진의 숙소에서도 밤새 3~4차례 침대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탈리아 지진 건물 잔해 틈에서 여자아이 구조 (사진=스카이 TG24 뉴스 영상 캡처)
● 안타까운 구조현장…기적은 없었다.

생존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골든타임 72시간 동안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한 필사의 구조작업이 계속됐습니다. 페스카라 델 트론토 지역에서 8살 소녀가 17시간만에 구출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줬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희망의 소리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진 발생지가 좁은 도로로 이어지는 산골지역이라 구호장비의 접근이 쉽지가 않았고, 산간 비탈지역에 지어진 집들이 한꺼번에 붕괴되면서 작업을 더 어렵게 했습니다.
지난 2009년에도 이탈리아 중부지역은 지진으로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진앙에서 15km 떨어진 아마트리체마을은 230명의 희생자가 나왔는데, 불과 10km 떨어진  노르차 지역에서는 인적피해가 없었습니다. 노르차 지역은 2009년 지진 이후 내진설계등 지진 대책을 강화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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