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자살 놓고 고민"…서울로 다시 향하다 차 돌려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극단적인 선택을 놓고 고민한 흔적이 행적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밤 10시쯤 서울 용산구 소재 집에서 가족들에게 "운동을 하러 간다"며 나와 곧장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으로 향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제네시스 승용차가 서종면을 통과한 시각은 오후 10시 30분쯤이였고, 20여분 뒤 사건 현장 근처인 식당 앞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이 부회장이 자택에서 양평 식당 주차장까지 오는 길에 경유한 곳은 없었고, 차 안에는 혼자 타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뒤 1시간여 동안 머무르다가 서울방면으로 향하던 이 부회장은 다시 식당으로 향하는 등 차 머리 되돌리기를 2차례 정도 되풀이 하다가 새벽 3시 30분쯤 식당 앞에 주차한 뒤 더 이상 차를 운전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그 이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마무리 행적조사에서 이 부회장의 차가 양평 식당 주차장에서 다시 서울방면으로 움직였다가 돌아온 사실이 확인됐다"며 "아마 극단적인 선택을 놓고 고민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이 부회장 자살사건을 사실상 종결하고 막바지 서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26일 오전 7시 10분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산책로 한 가로수에 넥타이 2개로 줄을 만들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장 인근 이 부회장 차 안에서 발견된 A4용지 4매(1매는 표지) 분량의 자필 유서에는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숨진 양평 현장은 생전 그가 간혹 주말이면 찾아와 머리를 식히던 곳으로, 퇴직 후 근처에 집을 짓고 생활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