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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때늦은 압수수색…우병우 수사의 근본적 한계

[마부작침] 오늘의 숫자

검찰 특별수사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 명의 회사인 (주)정강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지난 23일 수사팀 구성 이후 6일만입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지난 19일 수사 의뢰한 우 수석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순입니다. 앞서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 부인과 자녀 명의로 된 (주)정강이 횡령 창구로 의심되고,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원과 사무실도 따로 없는 정강이 접대비와 차량유지비, 복리후생비 등으로 1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 돈을 우 수석 측이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 속전속결 놓친 압수수색…형식적 수사?
 
특별수사팀이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증거를 확보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특별수사팀 구성 후 6일이나 지난 뒤에야 압수수색이 이뤄져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하는 건 어려웠을 가능성이 큽니다. 압수수색이 형식적인 수순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게 원칙입니다. 우 수석 의혹이 사실상 처음 제기된 건 지난달 18일. 압수수색은 이 시점부터 따지면 43일만에야 이뤄졌습니다. 의혹 제기 직후 시민단체가 우 수석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감찰 결과를 지켜본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의혹 제기부터 강제수사가 이뤄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이미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 실기(失期)를 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여러 수사 방법을 고민 중에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성패는 초기 증거 확보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 대검-법무부 등 수사 정보 노출 막을 수 있을까
 
수사 대상인 우 수석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수사의 큰 장애물 중 하나입니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司正) 작업을 보고받고 조율하는 민정수석은 업무상 수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수사 정보가 고스란히 우 수석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윤갑근 특별수사팀장(대구고검장)은 앞서 "(수사)보고 절차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의 수사 현실에 비춰볼 때 우려를 불식시키긴 어려워 보입니다.

특별수사팀이 우 수석과 관련된 수사 정보를 청와대에 직보하지 않더라도, 대검찰청 또는 법무부 검찰국에 별도로 보고하는 검찰 수사의 관행상, 수사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사 정보가 샐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 수석은 검찰이 어떤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핵심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등 수사 전략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수사팀 입장에서 관련자 진술 확보도 절실합니다. 하지만, 우 수석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어 주요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됩니다. 관련자들이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해 진술을 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우병우 수석을 감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한 언론에 "목을 비틀어놨는지 꼼짝도 못한다"며 관련자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수사는 독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 채 시작했습니다. 수사의 골든타임이 이미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시간, 그 '6일'이 오늘의 숫자입니다.


권지윤 기자(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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