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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日 신문에 공개된 아베의 휴가…한국과 다른 몇 가지

이번엔 지난주 일본 도쿄 신문에 난 단신 기사 하나 보시죠.

아베 총리가 올여름 7번째 골프를 즐겼다는 소식인데, 보시면 골프장의 위치가 어딘지, 동반자는 누군지, 날씨는 어땠는지, 또 여기에 18번 홀에서는 OB가 났지만, 잘 회복해서 더블 보기로 끝내 기뻐했다는 내용까지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두 번째 여름휴가라는 점과 2012년 2차 정권 발족 이후 50번째 라운딩이란 점도 언급했고 말이죠. 이 기사 하나만 봐도 우리와 일본의 몇 가지 다른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최호원 특파원의 취재파일 보시죠.

요미우리 신문 역시 같은 주제를 기사로 다뤘습니다. <장기 정권으로의 어프로치>라는 제목과 함께 아베의 경기 상황이나 감정 표현까지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건 총리가 자신의 휴가 현장을 기자들에게 개방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함께 골프를 친 사람들이 장관 두 명뿐 아니라 히에다 히사시 후지 TV 회장이란 점도 적시하고 있습니다.

후지 TV는 일본의 대표 지상파 채널이자 보수 언론사인데 아베가 후지 TV의 회장과 하이파이브를 했다는 것까지 묘사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전혀 숨기지 않고 있는 겁니다.

재작년 아베 조카가 후지TV에 입사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도 말이죠. 사실 일본 총리의 일정은 대부분의 신문이 매일 아주 세세하게 시분 단위로 게재합니다.

그래서 산케이 신문에 실린 이 날의 아베 일기를 보면 후지 TV 회장은 골프만 함께 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겨서 밥도 같이 먹고 하루 종일을 아베 내각 인사들과 함께 보낸 사실이 기록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정언유착 우려에 이렇게 대놓고 공개할 수 있었을까요? 또 다른 특이점은 언론이 골프라는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아베 총리는 90타 전후의 골프광으로 2012년엔 오바마 대통령에게 특제 퍼터를 선물하기도 했고,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골프를 나간다고 하는데, 이를 비판하는 논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골프를 무조건 부자 스포츠로 치부하지는 않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일본의 통상 라운딩 가격은 주말 기준으로 식사를 포함해 11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 합니다. 평일은 더 싸서 중산층 정도면 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물론, 이날 총리 일행이 방문한 일본 야마나시현의 후지 사쿠라 컨트리클럽은 아무래도 후지산도 보이고 고위급이 즐겨 찾는 곳이다보니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말이죠.

일본의 골프장들이 대체적으로 저렴한 것은 경쟁이 워낙 심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골프장 수는 2002년 2천460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이후 다소 줄어들었는 데도 재작년 기준 2천336개나 되는데, 이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우리나라에 지난해 기준 517개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4.5배가 넘는단 얘기입니다. 과잉 경쟁에 문을 닫는 골프장도 속출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2천 개 아래로는 떨어져야 적정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총리가 지난달에도 일주일이나 쉬고 열흘이 넘는 여름휴가를 또 갔다는 점인데, 이는 그가 국민들의 휴가 소비율을 높이기 위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휴가 가기를 먼저 실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는 이번 달 초 개각을 단행하면서 "일하는 방식 개혁 담당상"이라는 직책을 새로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한 여행 전문업체 조사에 따르면 일본 직장인들의 유급 휴가 사용률은 60%에 그쳤습니다.

40%에 불과한 꼴찌, 한국과 함께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거죠. 이런저런 배경을 알고 나니 짧은 동정 기사에도 많은 사회상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 [월드리포트] 日 신문 '아베의 골프' 기사에서 찾아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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