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마부작침] "사죄받기 전엔 필요없다"는 그 돈 '1억' 원

[마부작침] 오늘의 숫자

외교부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에게 현금 1억 원, 사망자 유족들에게는 2천만 원씩 지급할 계획이라고 어제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국무회의격인 각의를 통해서 '화해·치유 재단'(이하 재단)에 내놓기로 공식 결정한, 10억 엔, 그러니까 오늘(8월 26일) 환율로 따져 110억여 원인 바로 그 재단 출연금 가운데서 주겠다는 돈입니다.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그 돈, 받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일본 정부의 사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여러분들의 자식이나 동생이 나처럼 끌려갔다가 돌아왔다면 그 위로금 몇 푼 받고 용서가 되겠느냐"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할머니들의 반발은 일본 정부가 내놓기로 한 10억 엔의 성격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가 재단에 내놓기로 한 10억 엔은 일본 정부의 예비비에서 나왔습니다. 용도는 '국제기관 등 거출금', 즉 한일 간 합의로 설립된 재단에 출연하는 일본 정부의 돈이라는 뜻일 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의 '배상금'은 아닌 겁니다. 지난해 한일 양국간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10억 엔은 배상금이 아니'라고 수 차례 주장해 왔던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결과입니다.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이 내놓기로 한 '10억 엔은 사실상 배상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우리 정부의 설명도 달라졌습니다. 어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현금의 성격과 관련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 사업을 위한 현금 지급"이라고만 밝혔을 뿐, '배상금'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재단에 10억 엔을 공식 지급하기로 결정한 일본 정부는 이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 철거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공식 결정함으로서 위안부 합의에 따른 일본 정부의 책임을 다 했으니, 이제 한국 정부가 합의를 이행하라는 압력입니다.

각의 통과 이후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의 위안부 재단에 대한 일본 정부의 출연금 지급이 완료되면 한일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른 일본 측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일 양국이 합의 사항을 계속 이행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녀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포함해 한일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달라고 한국 측에 대해 계속 요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약속대로 돈을 내놓겠으니 소녀상 철거해달라는 일본 정부, 할머니들과 유족들에게 그 돈의 일부를 지급하겠다는 우리 정부, 그리고 "사죄 없인 그 돈, 받지 않겠다"는 할머니들. 오늘의 숫자는 그 '1억'입니다.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