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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고시원"…살 곳 없는 대학생

[리포트+]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고시원"…살 곳 없는 대학생
“(대학가 고시원) 15만 2천 원 > 11만 8천 원 (타워팰리스)”

4년 전 한 시민단체가 대학가 고시원과 타워팰리스의 평당 임대료를 각각 비교했던 수치입니다. 최고 부자를 상징하는 주택보다 2평 남짓한 고시원 방 한 칸의 임대료가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훨씬 비싸다는 것이었죠.

지금은 4년 전과 좀 달라졌을까요? 먼저 포털에서 ‘타워팰리스 월세’라고 검색해서 최근 매물을 찾아봤습니다.

전용면적 164㎡의 매물이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520만 원에 올라와 있습니다. 평당 임대료를 계산하려면 보증금을 가상의 월세로 모두 전환해야 합니다. 이때 보증금의 월차임 전환율을 씁니다.

전환율을 8%라고 가정하면 보증금 3억 원의 8%는 연 임대료 2,400만 원이 되고, 월세로는 200만 원이 되죠. 기존 월세 520만 원과 200만 원을 더한 720만 원을 49.6평(164㎡)으로 나누면 평당 임대료 14만 5천 원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고시원 쪽은 어떨까요? 대표적인 대학가 신촌에 있는 고시원 대부분은 2평 남짓인데 가격은 30만 원 이상입니다. 평당 임대료로 치면 15만 원 선이죠.

여전히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고시원에 사는 대학생들의 현실은 4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서초동 월세 최고 '72만 원'

고시원보다는 그나마 환경이 낫다는 원룸은 어떨까요?

올해 8월 기준으로 서울 주요 대학가 10곳의 원룸 평균 월세는 48만 원, 보증금은 1,158만 원입니다. 한 부동산정보 업체가 서울시내 매물 4만 건 중 대학가 주변의 33㎡ 이하의 원룸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가장 비싼 곳은 서울교대 근처 서초동으로 월세 72만 원, 보증금 1,288만 원입니다. 반면, 가장 싼 곳은 서울대 근처인 봉천동과 신림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세 37만 원, 보증금 627만 원이죠.
그러나 제아무리 싼 월세라도 다달이 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그런 부담을 덜려고 전세를 찾아봐도 매물은 많지 않습니다.

전세난이 대학가까지 영향을 준 것입니다. 간신히 전세물건을 찾더라도 20㎡ 정도의 원룸이 8~9천만 원입니다. 특히 역세권과 번화가를 낀 대학가에는 ‘억’ 소리 나는 원룸 전세도 많습니다.

● 싼 게 비지떡? 제값 못하는 대학가 원룸

계약하더라도 비싼 월세만큼 값어치를 못하는 원룸이 많습니다.

곰팡이가 슬거나, 요즘같이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엔 찜질방이나 다름없습니다. 옆 건물과 불과 1m 거리밖에 차이 나지 않아 마음대로 창문을 열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그저 ‘잠만 자는 방’인 셈이죠.

원래부터 작은 방을 둘로 나눈 ‘쪼개기 방’도 성행입니다.

쪼개기 방은 건축주가 주차장 확보 등 관련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건축한 뒤 몰래 원룸을 둘로 나눠 가구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불법인데도 집주인이 계약할 때 말하지 않으면 쪼개기 방인지 모르는 대학생들이 태반입니다.
[ 원룸 거주 대학생 B씨 ]
“옆방에서 노래를 틀거나 사람들 대화하는 소리 다 들려요. 방음이 심하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몰랐어요, 여기가 원래 한 집이었다는걸…”

이런 쪼개기 방은 불이 났을 때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1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는데, 방 쪼개기에 썼던 스티로폼 구조물이 화를 키웠습니다.
 
“학교 기숙사,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요!”

고시원이나 원룸과 비교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기숙사는 학생들에게 항상 인기입니다.

하지만, 기숙사 입주 경쟁은 치열합니다. 전국 대학생 100명 중 17명 정도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440개 대학교 기숙사 수용률은 17.54%, 서울 주요 대학 10곳의 기숙사 수용률은 10%대에 불과합니다. 학생들의 기숙사 확충 요구가 매년 나오는 이유죠.

그러나 지역주민의 반대로 기숙사 신축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고려대와 성북구민의 갈등이 대표적이죠. 고려대는 2013년 인근 개운산 내 학교 부지에 1,100여 명을 수용하는 기숙사 신축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듬해인 2014년 8월 성북구청에 개운산 내 학교 부지를 기숙사로 사용한다는 공원계획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북구청은 신청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인근 주민이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근처의 하숙집과 원룸 주인들이 모여 개운산사랑연합회를 결성한 이후 “산지나 공원으로 지정된 땅에 학교 시설을 지어선 안 된다.”라며 성북구청에 끊임없이 반대 민원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성북구청은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의 찬성 없이 기숙사 신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고려대에 보완책을 요구했습니다.

고려대뿐만 아니라, 홍익대와 이화여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홍익대 측은 마포구청이 지역주민의 반대를 이유로 기숙사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자 지난 2013년 10월 직접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2심에서 승소해 올해 6월에서야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화여대도 지난 2014년 기숙사 건축허가를 내준 서대문구를 상대로 소송한 구민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말 주민 측이 패소했는데도, 여전히 민원을 제기하고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행복기숙사’를 만들어 전국 기숙사 수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대학가의 원룸 월세는 계속 오르고 기숙사는 못 짓는 진퇴양난에 빠진 지 오래입니다. 

좁은 방 한 칸에 타워팰리스 못지않은 임대료를 내는 대학생들의 근심은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까요? (기획·구성 : 임태우·김다혜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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